삼성생명 ‘이자 밀린 고객, 통장 다 뒤져봐?’

삼성 ‘대행업체 직원 실수, 단순 사고'...피해고객 ‘원금탕감’ 요구, 삼성 ‘억울’

2005-11-10     권민경 기자
국내 최대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이 대출이자가 연체를 이유로 고객의 사전 동의 없이 다른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를 입은 고객 김모씨는 2년전 삼성생명으로부터 500 여 만 원을 대출받아 자동 계좌이체로 이자를 갚아왔다. 그런데 지난 9월 계좌이체 하기로 지정한 통장이 아닌 김씨의 또 다른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알고 당황했다. 확인 결과 삼성생명이 김씨의 이체계좌에 잔액이 모자르자 동의 없이 다른 통장에서 이자를 인출한 것이었다.

삼성생명이 무단으로 돈을 인출한 다른 계좌는 김씨가 몇 년 전 삼성생명 보험료을 자동 이체하는데 사용했던 통장이었다.

격분한 김씨는 아는 사람을 통해 이 사실을 언론사에 알리고, 삼성생명은 재빨리 “계좌이체가 지정된 통장과 함께 삼성생명과 거래가 있었던 모든 통장이 단말기에 뜨는데, 대행업체 담당직원이 실수로 다른 계좌번호를 클릭했다” 고 해명했다. 삼성생명 측에서는 사태수습을 위해 단순 해프닝으로 덮고자 했지만, 실제 삼성생명은 거래한 모든 계좌 정보를 전산에 저장한 뒤 고객이 이자를 연체하면 자동으로 계좌정보가 화면에 뜨도록 돼 있어서 이런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물론 삼성생명 측도 할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생명 한 관계자는 “대출이자 관리를 대행하고 있는 업체의 직원이 김씨에게 이체 지정 날짜 하루 전에 메일과 전화 등을 통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며 “물론 그 직원이 실수로 다른 계좌에서 돈을 인출했지만, 다음날 바로 사과하고 해명했다” 고 말했다. 또 “인출해간 돈은 4만원 정도였는데, 거듭된 사과에도 고객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원금을 탕감해달라는 등의 무리한 요구를 해오고 있다” 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피해 보상을 둘러싼 삼성생명과 해당 고객 사이의 문제는 당사자들 간에 해결할 일이겠지만, 중요한 개인 정보는 물론 고객의 재산까지 보험사 임의대로 이용한다는 것은 신용을 기본으로 하는 보험업계에서 고객에게 불안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더욱이 이번 사건은 고객의 불안감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재산상 피해를 볼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단순한 해프닝으로 덮을 사안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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