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주년 기획]부실 정책·신뢰 추락에 ‘동상이몽’

불완전 판매 여전...보안 관리 규정에도 빈틈

2015-06-19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지난 한 해 유래 없는 혹한의 시기를 보내온 우리 증시는 기대와 우려 속에 현재 도약의 기로에 서 있다. 이에 <매일일보>는 주식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현황을 살펴보고, 안정적 도약을 위한 조건에 대해 조명해 보고자 한다.

‘동양사태’ 이후 신뢰 추락이 가시화됐음에도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신뢰 회복을 위한 자정 노력은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 시중 25개 은행·증권사 등의 총 750개 점포를 대상으로 실시한 파생결합증권 미스터리쇼핑 결과, 은행의 평균 점수는 81.9점이었지만 16개 증권사는 77.4점에 그쳐 증권사의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은행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동부증권과 SK증권은 ‘저조’ 등급을 면치 못했고 대신증권과 우리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5개사는 ‘미흡’ 평가를 받았다.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과세 방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상품 설명 의무 점수는 지난해 대비 소폭 하락하기도 했다.증권사들의 미흡한 리서치 역량 수준도 투자자들의 신뢰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증권사 추정치 평균 보다 29%가량 낮았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97개사만 따로 계산하면 전망치와 실제 실적의 괴리율은 35%로 늘어난다.12월 결산 상장사의 1·4분기 영업이익 괴리율은 -4%대로 지난 분기 대비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개별종목 간 괴리율 차이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을 나타냈다.특히 현대하이스코가 공개한 1분기 영업익 추정치는 증권사들의 예상치와 무려 121.50%의 괴리율을 나타내 투자자들을 당혹케 했다. LG전자·LG디스플레이·금호석유·OCI 등 1분기 실적을 일찌감치 발표한 상장사들의 추정 영업이익 괴리율 역시 50%를 웃돌았다.증권사들은 보안 관리 규정에도 빈틈을 보였다.CEO스코어에 따르면 결제시스템에 대한 안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독립 직불카드 사업을 벌인 국내 10대 증권사 가운데 정보보호 최고책임자(CISO) 관련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 곳은 총 5개사에 불과했다.현행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2조 원 이상이고 종업원 수가 300명 이상인 금융회사는 임원을 CISO로 임명하고 이를 공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하나대투증권과 신한금융투자, 현대증권 등 3개사는 공시의무를 지키지 않았고, 우리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임원규정과 공시규정을 모두 지키지 않았다.개인정보 유출 이슈가 불거진 올 초에는 대형 증권사 뿐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들까지 대차 영업 경쟁에 나서면서 텔레마케팅 등을 통한 무분별한 투자 권유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일부 영업점은 증권계좌 개설 당시 정보제공 동의를 했다는 이유로 주식을 증여 받은 미성년 자녀에게 대차 거래를 권유하기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공급자 중심의 상품 추천 관행도 투자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의 순자산총액은 80조8678억원, 설정액은 79조9750억원으로 전거래일보다 9075억원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말 68여조원 대비 15% 가량 급증한 수치다.이처럼 MMF에 돈이 몰리는 등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투자업계는 수수료 수익이 높은 ELS 등의 고위험 상품군을 중심으로 추천해 빈축을 사고 있다.이 같은 상황에 소비자들의 불안이 가중되자 증권사들도 다시 한 번 신뢰 회복을 위한 각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지난해 12월 기존 ‘고객지원센터’를 소비자보호팀으로 변경한 삼성증권은 준법감시인을 최고소비자보호책임자(CCO)로 임명해 최근 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KDB대우증권과 우리투자 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도 각종 소비자 보호부서를 만들고 상품개발 적정성과 판매 프로세스 점검 등을 시행하고 있다.금융소비자 보호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지 않고서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의 시장 활성화 정책은 길을 잃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특히 지난 17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파생상품 시장 발전방안’을 두고 금융투자업계는 불만을 표하고 있다.은행권의 파생상품에 대한 직접거래를 허용하게 되면 증권, 선물 등 금융투자업계는 위탁수수료 수입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데다가 은행이 자기매매를 한다고 파생상품시장의 거래가 활성화 될 것이란 근거가 미약하다는 것이다.때문에 일각에서는 시장전체 파이를 키우는게 아니라 은행과 증권사 간의 업계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또 거래소 선진화의 일환으로 코스피 전 종목에 대해 지난 2일부터 단주 거래를 허용했으나 증시 활성화 효과보다는 초단기매매를 통한 시세 조종 우려가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단주 거래를 통해 시장의 유동성이 개선될 수도 있지만 유동성 감소는 시장 전체의 구조적 문제이니 만큼, 기대한 만큼의 효과는 없을 수 있다”며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