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국내·국제 신용평가 괴리 ‘심각’

6계단 넘게 고평가...회사채 신용등급도 A급 ‘천지’

2015-06-19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고평가 남발로 국내 대기업들이 국내와 국제평가사로부터 받은 신용등급간 괴리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19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0대 기업중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신용평가를 받은 33개 기업의 지난달 신용등급을 조사한 결과 NICE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3개 기관이 내린 등급은 평균 ‘AA+’인 반면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해외 3개 기관으로부터는 평균 ‘A-’를 받았다.국내·외 신용평가 등급이 모두 22단계로 돼 있는 점을 근거로, 최상위인 ‘AAA’를 1로 놓고 수치화하면 국내 신용평가사는 1.6등급을, 국제 신용평가사는 6.8등급을 주면서 그 차이가 5.2등급에 달하게 된 것이다. 이는 국내 신용 등급이 해외보다 24% 정도 고평가돼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여기서 국가 신용등급과 궤를 같이하는 공기업과 은행을 제외하고 18개 민간기업으로 대상을 좁혀볼 경우 국내 신용평가사 평균 등급은 ‘AA+’(조정수치 2.2등급)인 반면 해외에서는 ‘BBB+’(8.5등급)를 받아 국내·외 간극이 6.3등급으로 더욱 커진다.국내·외 신용등급 간극이 가장 큰 곳은 포스코다. 포스코는 무디스로부터 Baa2(9등급), S&P로부터 BBB+(8등급), 피치로부터 BBB(9등급)를 받아 국내 기관과의 등급 차이가 8등급이나 났다. 국내 평가등급이 해외보다 36%나 높은 셈이다.이어 GS칼텍스 역시 국내와 해외의 평가가 8계단 차이가 났으며 현대자동차, LG전자, 에쓰오일, 롯데쇼핑, SK하이닉스, 현대제철 등도 7등급의 평가 괴리를 보였다.상황이 이렇다보니 회사채 투자등급 내에서 A등급 이상의 비중 역시 점점 커지고 있다.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투자등급(BBB- 이상)을 받은 회사채는 335개로 전체의 89.8%를 차지했다. 이 중 A급의 비중은 올해 초 30.8%에서 1분기 말 31.5%로 늘었다. 투자등급 내에서 A급 이상으로 쏠림 현상이 심해진 것이다.같은 기간 AA급(33.5%→33.9%)과 AAA급(16.1%→16.4%)의 비중도 증가해 A급 이상의 비중은 연초 80.4%에서 1분기 말 81.7%로 1.3%포인트 올랐다. 반면 BBB급의 비중은 9.4%에서 8.1%로 줄었다.나이스신용평가 역시 등급을 매긴 회사채 중 A등급 이상의 회사채 비율(78.4%)이 80%에 육박하는 등 상황은 비슷하다.반면 무디스가 등급을 준 4800개 기업 가운데 A급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안 된다. BBB∼B등급의 전체 비중은 60%가 넘어 국내 기업 등급과는 차이를 보인다.국내 신평사들이 후한 등급을 매기는 것은 계열의 지원 가능성과 관련한 긍정적인 면만 보고 부정적 효과를 등한시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또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신용평가사 3곳 가운데 2곳의 등급만 받으면 되는 구조 속에서 신용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이 신평사에 비용을 주고 등급을 받는 상황이라 기업이 오히려 ‘등급 쇼핑’에 나선다는 것이다.이 같은 관행은 지난해 ‘동양 사태’ 이후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신평사 검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금감원은 이에 신평사 3곳(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의 임직원들에게 징계 수위(중징계·경징계)를 통보하고 소명을 듣기로 했다. 신평사의 징계는 7월 초에 있을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