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학생들 “단원고를 기자출입 금지구역으로…”

“집중되는 사람들의 시선에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기도 합니다”

2014-06-22     나태용 기자

[매일일보 나태용 기자] 세월호 참사에서 생존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가기에 앞서 걱정되는 사안과 사회에 부탁하는 내용을 담은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22일 오전 인터넷의 한 커뮤니티엔 ‘우리는 단원고 2학년 학생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사고가 일어난 지 2달이 넘은 지금 사람들은 이제 저희가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직도 함께 빠져나오지 못한 친구들을 생각할 때마다 먹고, 자고 웃고 떠드는 모든 일들이 죄짓는 일 같습니다”로 시작했다.

이어 세월호 생존 학생들의 현재 심경을 드러내며 “저희는 저희의 원래 생활을 되찾고 싶습니다. 원래의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께 도움을 청하고자 합니다”라고 부탁했다.

또한 그들은 “괜찮냐고, 힘내라고, 고맙다고 아무것도 말하지도 묻지도 말아주세요. 불쌍하고 안쓰럽다고 생각하는 시선과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평범한 18세 소년 소녀들,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로 바라봐 주세요. 그리고 ‘세월호 사고’를 잊지 말아주세요“라며 덧붙여 안타까움을 더했다.

글의 말미에는 ‘우리가 학교에 돌아갈 때 두려운 것들’이라는 내용으로 △기자들이 주변에 없었으면 좋겠어요. 단원고를 기자출입 금지구역으로 만들면 좋겠어요 △버스에서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싫어요. 마치 구경당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평소처럼 대해 주세요. 부담스럽게 하지 말아주세요 등 보는 이들으게 부탁과 당부의 말을 더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어서 일상으로 잘 돌아오길” “여려분들을 위해 기도 드리겠습니다” “견뎌줘 고맙다고 마음을 전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아이를 잃은 부모들에게도 불편한 눈길을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 세월호 생존 학생들에게 안타까움을 보였다.

이하 전문

우리는 단원고 2학년 학생입니다.

저희는 단원고 2학년 학생입니다. 또한 저희는 세월호 사고의 생존학생들입니다.

사고가 일어난 지 2달이 넘은 지금 사람들은 이제 저희가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직도 함께 빠져나오지 못한 친구들을 생각할 때마다 먹고, 자고 웃고 떠드는 모든 일들이 죄짓는 일 같습니다.

저희는 요즘 여러 감정들이 순간순간 한 번에 튀어나올 때가 많습니다. 눈물을 쏟다가도 배를 잡고 웃을 때도 있고 갑자기 우울해졌다가도 금방 웃기도 합니다. 혹시 거리에서 웃고 떠들고 장난치는 저희를 보시더라도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정말 괜찮아졌다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저희는 저희의 원래 생활을 되찾고 싶습니다. 원래의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께 도움을 청하고자 합니다.

괜찮냐고, 힘내라고, 고맙다고 아무것도 말하지도 묻지도 말아주세요. 불쌍하고 안쓰럽다고 생각하는 시선과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저희는 하루 빨리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가도 불쌍하게 쳐다보는 시선들, 그리고 기자들, 어디를 가든 집중되는 사람들의 시선에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18세 소년 소녀들,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로 바라봐 주세요. 그리고 ‘세월호 사고’를 잊지 말아주세요.

우리가 학교에 돌아갈 때 두려운 것들

△ 교복, 2학년 이름표, 체육복 등 내가 단원고 학생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주는 것들이 싫어요. 사람들이 내가 단원고 학생이라는 걸 알아볼까봐 자꾸 숨게 돼요.
△ 버스에서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싫어요. 영화관에서 학생증을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긴장됐어요. 마치 구경당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 등하교할 때나 동네에 있을 때 사람들이 단원고 2학년 학생이라고 아는 척하는 것이 너무 싫어요. 도망가고 싶어요.
△ 기자들이 주변에 없었으면 좋겠어요. 기자들이 우릴 괴롭히면 쫓아주세요. 단원고를 기자출입금지구역으로 만들면 좋겠어요.
△ 웃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 모습을 보고 오해할까봐 웃지를 못하겠어요.
△ 평소처럼 대해 주세요. 부담스럽게 하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