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패키지 ‘떠넘기기식’ 매각 실패...산은 책임론 대두
원칙 고집하다 골든타임 놓쳐
2015-06-25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포스코가 산업은행이 제안한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의 패키지 인수를 공식 거부함에 따라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작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이에 일각에서는 산은이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패키지 매각’ 방식만을 고집하다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한 달여 동안 동부 패키지 자산에 대해 실사를 벌인 끝에 포스코는 지난 24일 인수 불가 입장을 최종 확정했다. 기간산업인 철강산업이 해외에 매각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하는 상황에서 인수 요청 주체가 국책은행인 산은이었음에도 재무적 부담이 이를 상회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동부제철은 2조6000억원 가량의 부채를 안고 있다.실제 포스코의 동부 패키지 인수 포기 결정은 업계와 시장으로부터 포스코에 득이 되는 판단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김현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의 인수 포기 결정으로 그간 재무구조 개선을 강조한 권오준 신임 포스코 회장의 전략 방향이 재확인됐다“며 ”구조조정이 필요한 철강업 규모를 더는 키우지 않겠다는 입장을 포스코가 간접적으로 표현함에 따라 포스코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이렇게 포스코가 협상 테이블을 떠나버리면서 산은과 동부의 발등에는 불똥이 떨어졌다. 특히 매각 대금의 70∼80%를 지원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가며 이번 협상을 주도해 온 산은은 시간을 낭비했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그간 동부그룹은 산은의 패키지 딜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개별 매각 할 경우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산은은 동부인천스틸의 경우 개별 매각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상대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동부발전당진과 묶어 파는 방식을 고수했다. 또 기술유출 등을 이유로 중국과 대만 업체들이 입찰 의사를 밝혔음에도 매각 대상을 포스코에 한정하는 등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오히려 팔릴 가능성이 있는 자산도 팔지 못하고 시간만 끌었다는 지적을 받게 된 것이다.계열사 매각이 지체되는 와중 동부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은 하향조정됐다.한국신용평가는 포스코의 인수 거부 발표일인 24일 동부메탈과 동부CNI 신용등급을 각각 BBB에서 한 단계씩 내렸고 동부메탈과 동부CNI, 동부건설 등 3개 계열사는 하향검토 대상에도 등록했다.나이스신용평가는 25일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가 추진되고 있는 동부제철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하향검토대상)’로 변경했다. 동부건설과 동부인천스틸의 신용등급도 ‘BBB-’로 유지하면서 하향검토대상에 등재했다. 신용등급이 ‘BBB(부정적)’인 동부메탈과 동부CNI의 신용등급은 ‘BBB-’로 내리고 역시 하향검토대상에 올렸다.신평사들은 포스코가 동부패키지의 인수를 포기하면서 그룹 전반의 구조조정 진행에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판단했다. 또 향후 유동성 대응 능력도 급격히 약화해 재무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 측에서는 4월까지도 개별 매각을 요구했으나 산은이 일방적으로 묵살한 결과 현재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산은이 원칙만을 고집하다 골든타임 매각에 실패하면서 시간싸움을 벌이고 있는 동부그룹에도 타격을 입힌 만큼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유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