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부질 징후에 채권 금융기관 긴장감 고조
손실 충당금 부담...지난해 실적악화 재현 우려
2015-06-26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부실 징후가 가시화되면서 채권단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전반적인 기업 경영 실적은 다소 개선됐다지만 오랜 기간의 경기 부진과 취약 업종의 실적 악화가 그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1662개 기업의 올해 1분기 말 부채비율은 97.2%로 지난해 말보다 1.7%포인트(p) 높아졌다. 이들 기업의 차입금의존도 역시 25.4%에서 25.5%로 소폭 상승했다. 현금 수입으로 부채를 감당하는 현금흐름보상비율은 지난해 1분기보다 낮아졌다.이런 상황에서 동부제철이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에 버금가는 자율협약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현재는 동부제철만 자율협약 대상이지만, 동부그룹의 다른 비(非)금융 계열사들이 뒤따라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실제로 시장에선 김준기 동부 회장이 동부화재를 주축으로 한 금융 계열사만 남기고 비금융 계열사는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동부의 주력인 철강업과 더불어 심각한 침체에 빠진 해운업을 주력으로 삼은 대기업도 혹독한 구조조정을 견뎌야 한다.현대상선을 둔 현대그룹, 한진해운을 둔 한진그룹이 이미 계열사 매각이나 증자 등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다.여기에 중견그룹 두곳이 회사채 발행이 많은 탓에 ‘관리대상계열’에 선정돼 금융당국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잇따른 기업 부실과 구조조정의 여파는 고스란히 채권단, 즉 금융권에 영향을 주고 있다.지난해 산업은행이 STX 그룹 지원으로 1조4000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이번 동부제철의 자율협약으로 최대 수천억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할 판이다.동부제철 채권단에 소속된 우리은행(2000억원), 수출입은행(2000억원), 농협은행(1800억원) 등도 자율협약이 개시되면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마련해야 한다.현대그룹과 한진그룹의 경우 계열사 매각이나 모회사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 아직 심각한 상황은 전개되지 않고 있다.그러나 이들 그룹도 구조조정이 삐걱댈 경우 동부그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이들 그룹에 9000억원과 3조원씩 공급한 상태다.지난해 기업 부실의 여파로 실적 악화에 시달린 채권 은행들은 올해 하반기 기업 구조조정의 결과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보고 있다.현재 채권단은 금융권 여신이 500억원을 넘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정기 신용위험 평가를 벌여 C등급(워크아웃)과 D등급(법정관리 또는 청산)을 가리는 중이다.하반기에 추가로 워크아웃·법정관리나 자율협약에 들어가는 대기업이 나오면 부실채권이 쌓일 우려가 크다.기업 여신이 많은 우리은행의 경우 올해 1분기 말 기업여신의 부실채권비율이 4.24%로 지난해 1분기 말(2.89%)보다 훨씬 높다.국민은행은 이 비율이 지난해 1분기 말 2.08%에서 올해 1분기 말 2.89%로,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1.53%에서 2.18%로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