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내수활성화 VS. 가계부채..‘불안한 줄다리기’
한은 “신용카드 활성화, 부채 부담 유발할 것”
2014-06-30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금융당국이 신용카드 발급 기준 완화를 위한 규정 개정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가처분소득을 완화할 경우 가계부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당국은 자영업자 및 전업주부의 불편을 해소하고 나아가 소비 촉진을 통해 내수활성화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용 부채 취약군인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한 신용카드 발급 규제 완화는 내수활성화의 ‘실’ 보다는 부채의 질을 악화시키는 ‘득’의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도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창업 1년 미만의 자영업자에 대해서도 신용카드 발급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관련 규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현재는 규정상 개인신용등급 7등급 이하거나 가처분소득 기준이 월 50만원에 미달하는 경우 카드 발급이 제한되고 있다. 때문에 오랜 기간 소득이 없어 개인 신용등급이 낮을 뿐만 아니라 소득 증빙이 되지 않는 전업주부의 경우 카드 발급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이에 금융당국은 가처분소득 기준을 낮추거나 배우자의 소득 증빙서류를 근거로 전업주부에게도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또 창업 1년 미만의 자영업자에 대해서도 당장 소득이 없더라도 자신의 예금이나 자산 등을 고려해 신용카드 발급을 해주고, 국내 일정 기간 이상 거주한 외국인에게도 일정 요건을 충족시키면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가계의 주요 소비계층인 전업 주부들의 신용카드 이용에 대한 불편을 줄일 경우 소비 활성화 효과도 일부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실제 전문가들은 신용카드 보유율이 소비성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입장이다.한국은행의 ‘2013년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신용카드 보유율과 소비성향의 상관계수는 0.55로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반면 체크카드나 직불카드의 경우 상관계수가 0.02로 나타나 소비성향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소비성향은 해당 지역 개인의 소득 대비 민간소비의 비율로, 이 수치가 높을 경우 개인이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을 그대로 소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신용카드 보유율이 94.0%로 가장 높은 서울의 경우 소비성향은 99.8%를 기록했다. 반면 신용카드 보유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강원 충북 울산 지역의 경우 소비성향도 70~80%대에 머물렀다.
한은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신용카드사들이 시장지배력 확대를 위해 카드소지 회원에 대해 경쟁적으로 포인트 적립, 할인서비스 등 가공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그러나 이 같은 신용카드의 뚜렷한 소비 진작 특성 때문에 발급 규제 완화가 결과적으로는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가계대출은 전체 통계상으로는 담보대출이 대다수지만, 소득계층별로 봤을 때는 신용카드 등을 통해 생활비 등을 소액 결제해야만 하는 저소득층의 문제가 사실상 심각하다”며 “가처분소득과 같은 안전선을 해제할 경우 부채의 질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김 선임연구원은 이어 “또 지금처럼 자영업자들이 과도한 규모의 부채에 의존해 획일적 사업을 영위하면서 상당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별다른 보완 대책 없이 신용카드 이용 가능 구간만을 넓혀줄 경우 이에 대한 의존성을 높일 수 있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김상훈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결제연구팀 과장도 “지나친 신용카드 발급은 가계의 과소비 및 가계부채 부담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며 “현재 공식적인 휴면신용카드 비율은 20% 정도지만 실질적으로는 50%에 육박하는 만큼 카드 발급 조건을 완화하기보다는 체크카드 등 대체 지급수단의 확충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기”라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