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우물 안 개구리’...원인은
예대마진 치우친 수익구조 저금리 직격타
2014-07-01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국내 주요 은행들이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지난해 세계 주요 은행들의 순이익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국내은행들의 순이익은 감소한데다 자기자본마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은행 중 세계 100대 은행에 포함된 곳은 5군데에 그쳤다.전문가들은 이 같은 국내 은행의 경쟁력 저하 현상의 원인으로 예대마진(평균대출금리와 평균예금금리 차)에 치우친 수익구조와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의 과열경쟁 등을 꼽고 있다.1일 한국은행이 입수한 영국 ‘더 뱅커(The Banker)’지의 ‘세계 1000대 은행 순위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자기자본(보통주에 자본·이익잉여금을 추가한 기본자본) 기준 세계 100위권 안에 든 국내 은행은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산은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5개였다. 83위였던 농협금융지주가 104위로 21계단 밀려나면서 2012년 말과 비교해 1개가 줄어든 수치다.세계 1000대 은행의 순이익이 9200억달러로 전년보다 23%나 늘어난 사이 국내 은행들의 순이익은 큰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올해 1분기중 당기순이익은 1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4000억원 감소했다.반면 중국계 은행은 급부상했다.중국의 은행들은 세계 1000대 은행 세전 순익의 31.8%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 공상은행(ICBC)이 전년에 이어 세계 최대은행(자기자본 기준)의 자리를 지켰고 중국 건설은행(5→2위), 중국은행(9→7위), 중국 농업은행(10→9위) 등 4개 은행이 10위권안에 들었다.국내 은행들의 이 같은 부진은 일차적으로는 저성장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예대마진이 축소되면서 이자수익에 치우친 수익구조가 악화됐기 때문이다.실제 올해 1분기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의 경우 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8조8000억원대비 3000억원 감소했다. 순이자마진은 금융위기 시점인 지난 2009년 2분기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해 순익 악화를 주도했다.박현수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은행 등은 전체 신용등급에서 은행대출의 비중을 줄이고 대신 자산유동화 등으로 업무영역을 꾸준히 확대해 수익기반을 다변화한 반면, 국내 은행은 전통적 상업은행 업무인 예대 업무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고수해 저금리 상황에서 타격을 받기 쉽다”고 지적했다.국내은행들이 유사한 시기에 동일한 사업에 집중하려 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은행들은 예대마진 문제 이외에도 영업 상품 선정에 있어서도 쏠림 현상이 심각한 편”이라며 “한정된 국내 시장 영업에 집중하다보니 퇴직연금, 신용카드업 등을 거의 비슷한 시기에 판매해 과열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은행수 감소 및 대형화로 은행산업의 경쟁력이 구조적으로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은행들이 내실보다는 외형확대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의미다.전병철 한국은행 조사국 금융산업팀 차장은 “외환위기로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금융시장 내에서 실질적 경쟁상대가 사라진 것도 은행이 침체시기 돌파구를 찾아낼 힘을 잃은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