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무역 최대흑자·최초10强 진입 전망…개도국 비중↑, IT 약진

2009-11-29     매일일보

[매일일보] 올해 한국 무역은 세계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보다 수출이 다소 감소했지만 우리기업들의 경쟁력과 환율효과 등에 힘입어 일본을 비롯한 다른 경쟁국에 비해 비교적 선전한 것이라는 평가다.

2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한국수출은 세계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1~10월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19.7% 감소한 2940억 달러를 기록하고, 1~12월은 전년대비 14.2% 감소한 3620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무역협회는 "올해는 경제위기로 급격한 대외무역환경 변화와 기업들의 감산노력,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불황 극복을 위한 수출기업들의 노력 등으로 주요 수출 품목간 명암이 크게 엇갈린 한 해"라고 평가했다.

◇무역흑자, 사상최대 400억달러 전망…수출비중, 對개도국↑·對선진국↓

올해는 수출증가율이 2001년 이후 8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음에도 상반기 고환율효과에 따른 영향으로 사상 최대의 무역수지 흑자인 400억 달러(1~10월 338억 달러)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종전 최고기록인 1998년 390억 달러 흑자기록을 뛰어넘는 셈이다.

지역별 수출비중은 중국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내수부양 경기정책에 따른 영향으로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확대되는 등 신흥시장에 대한 수출이 늘어난 반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으로의 수출 비중은 약화됐다. 실제로 무역협회에 따르면 대중(對中) 수출비중은 1997년 10.0% 기록한 뒤 2008년 21.7%에 이어 올해(1~10월)는 23.6%로 증가추세다. 반면 대(對)선진국 수출비중은 1997년 44.1%, 2008년 31.1%로 10% 이상 감소했으며 올해(1~10월)는 29.0%로 더욱 떨어졌다.

이경태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 하에서 선진국에 비해 신흥국 경제성장률이 높기 때문에 우리 수출에서 선진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신흥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70%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특히 한국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세계 4대시장(중·EU·미·일) 시장점유율은 한국이 전년대비 한국 0.8% 증가한 것과는 달리 중국(6.8%상승)을 제외한 일본(-0.9%), 대만(-0.8%) 등 경쟁국은 일제히 시장점유율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올해 1~9월까지 월별 수출 감소율은 독일(-30.2%), 중국(-21.3%), 미국(-23.0%), 일본(-32.9%)에 비해 한국은 -20.9%로 비교적 감소세가 둔화된 편이다.

◇10대 수출품목 명암 엇갈려…전기전자 '약진', 자동차 '주춤'

주요 품목별 수출실적은 명암이 크게 엇갈렸다.

무역협회가 10대 수출품목 순위변동을 기간별(2008년과 2009년 1~10월)로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무선통신기기(3→2), 반도체(5→3), 디스플레이(6→4), 합성수지(8→7)는 상승한 반면, 석유제품(2→6)과 자동차(4→5), 철강판(7→8)은 떨어졌다. 선박(1), 자동차부품(9), 컴퓨터(10)는 순위변동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반도체와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디스플레이 등 전기전자업종의 IT제품 약진이 두드러진 특징을 나타냈다. 올해 이들 4개 품목의 수출비중은 26.3%로 지난해에 비해 3.1% 상승했다. 메모리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48%에 달하며 경쟁사와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또 2000년 수출 순위 77위에 불과했던 디스플레이는 지난해 6위에 이어 올해 4위까지 상승하며 주력 수출제품으로 떠오르며 총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난해 4.4%에서 올해 7.0%로 증가했다. 이는 중국의 가전하향, 미국·EU의 디지털 위성방송 개시, 불황기 TV 수요 확대, 경쟁사 감산에 따른 단가상승 등에 기인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노성호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이러한 IT제품들의 약진은 중국의 가전하향을 비롯해 각국 정부의 소비촉진 정책, 반도체, LCD 등 주요 IT제품 경쟁 생산업체들의 도산, 감산 등에 따른 수출단가 상승, 세계시장에서 우리 IT 제품들의 브랜드 인지도 상승, 우리 IT 기업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노력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올해 수출실적이 부진했던 선박은 지난 2∼3년간 확보된 수주량을 토대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출 순위 1위를 유지했다.

반면, 지난해 고유가의 영향으로 수출순위 2위를 차지했던 석유제품은 올해들어 유가 하락에 따른 영향으로 6위로 하락했고, 자동차도 전 세계 수요 감소로 지난해 4위에서 올해 5위로 한 단계 하락했다.

이경태 국제무역연구원장은 "세계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우리나라 수출순위가 작년도 12위였는데 금년에는 캐나다, 러시아, 영국을 제치고 9위가 됐다"며 "디스플레이가 금년도 굉장히 약진했다. 우리나라 수출주도품목들이 교체되는 것이 좋은 점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일각에서 불황형 무역흑자로 평가절하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황형 흑자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느냐고 볼 수도 있겠지만 경제가 축소되면서 흑자가 난 것으로 축소지향형 불균형이라고 볼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 극심했던 외환시장 불안정을 안정시키는데 흑자가 크게 기여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