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세계 수출 10强 의미는…'불황형 흑자 벗어나'
2010-11-29 매일일보
[매일일보] 올해 한국 무역이 역대 사상 최초로 세계 수출 10위권 진입이 유력해지고 있다. 주요 경제 변수가 없는 한 사실상 9위권 유지가 확실시 된다. 더욱이 불황형 흑자의 그늘에서 점차 벗어나는 상황이란 점에서 의미가 더하다.지경부에 따르면 전세계 1~9월 수출감소율은 전년동기 대비 27.8% 감소했지만 한국은 같은 기간에 비해 20.9%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세계 수출상위 10개국 중 한국의 수출감소율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지난해 한국보다 수출실적이 앞섰던 영국의 수출은 전년보다 30.5% 감소했고, 캐나다는 36.6% 떨어지는 등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출실적 9위를 기록한 러시아 역시 올해는 44.3%나 감소했다.또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 수출은 지난 1~10월중 2940억 달러, 연말까지 3620억 달러로 전년대비 -14.2%를 나타낼 전망이다. 한국의 세계 수출 실적은 지난 1950년 85위로 시작한 이래 1960년에는 3계단 내려간 88위로 미끄러진 뒤 10년 후인 1970년 43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이후 고도성장과 맞물려 수출도 1980년 26위, 1990년 11위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10대 수출 강국으로의 진출을 시도했다.하지만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의 기술력에 뒤쳐지고 중국·인도 등 신흥개도국과의 가격경쟁력에서 밀려난 한국산(産)은 좀처럼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만 걸었다. 지난 10여 년간 10위권 밖으로만 맴돌기만 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 수출실적은 2000년과 마찬가지로 벨기에, 러시아, 캐나다에 이어 12위였다. 상위권인 미국과 독일, 일본, 프랑스가 치열하게 순위싸움을 벌이던 판에 갑자기 1~2년 전부터 중국이 끼어들어 냉큼 1위를 가로챈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국의 '수출전선'은 지난해 더 더욱 불안했다. 같은해 9월말 미국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깊은 침체의 수렁에 빠트렸고 한편에서는 1930년대 경제대공황이 재연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이러한 불안 기류에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기침체로 갑자기 급감한 세계 교역량은 부담될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서는 교역의존도 비중이 높은 한국이 세계 경기침체의 여파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선진국에 비해 품질이 낮고 중국에 비해 가격이 비싼 한국산이라는 기존 인식을 뒤엎고, 중국산보다 뛰어난 기술수준과 선진국에 비해 저렴한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역(逆)샌드위치론으로 수출은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2월 이후 무역수지는 흑자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37.9억 달러 적자를 나타낸 뒤 2월에는 28.2억 달러 흑자로 전환, 4월 55.4억 달러에 이어 6월에는 올해 가장 많은 69.7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는 등 9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사상 최대 무역수지 흑자인 400억 달러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일등공신은 '환율'이었다. 지난해 달러당 1000원을 상회하다 올해 초 1500원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던 원.달러 환율은 상반기 1200~1400원에서 강한 박스권을 형성하며 수출기업들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미 달러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화가치가 평가절하 됨으로써 가격경쟁력 부담이 줄어든 기업들의 자금난 역시 자연스레 숨통이 틔었다. 물론 우리 수출이 환율효과에만 기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고환율 효과마저 점점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었다. 실제로 지난 7월 중순부터 시작된 증시 외국인투자자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행렬은 원.달러 환율을 1300원선 밑으로 끌어내렸고, 곧이어 1200원대 중후반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던 환율은 심리적 지지선인 1230원선 마저 뚫리면서 순식간에 1200원대 초반으로 곤두박질쳤다. 이후 원.달러 환율은 1100원대로 하향돌파했다. 그럼에도 자동차, 전기전자 등을 중심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살아나면서 환율하락에 대한 우려는 다소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올해 한국 무역의 발목을 잡았던 불황형 흑자의 그늘이 수출전선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불과 몇 달 전만해도 무역흑자가 마냥 달갑지 만은 않았었다. 경기불황으로 수출감소보다 수입감소가 더 큰 불황형 흑자에 기인한 무늬만 흑자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역수지가 6월에 최대치를 찍은 뒤 7월과 8월 두달 연속으로 규모가 급감하면서 하반기 시작은 더욱 불안했다. 하지만 9월들어 한국 무역은 이러한 우려를 씻어냈다. 무역수지가 47.1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총수출액이 올해 가장 많은 수치인 345억.1억 달러를 기록했고, 수출감소율 또한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전년동월 대비 -7.8%)에 진입했다. 본격적인 회복궤도에 오른 것이다.9월 수입 역시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12억 달러대를 회복한데 이어 10월에는 올해 처음으로 수입감소율이 10%대에 진입하는 13.1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감소폭은 줄고 수입규모는 늘어나면서 불황형 흑자 탈출을 연출하고 있다. 정부 역시 지난달부터 불황형 흑자 탈출을 자신하고 있다. 최경환 지경부 장관은 지난달 무역협회의 KITA최고경영자조찬회 강연과 정부과천청사에서 주재한 제2차 수출대책위원회에서 다른 국가와의 교역규모를 비교하며 "불황형 무역흑자는 끝나가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