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성인물 미끼 '낚시질', 고객 '아뿔사'
소비자, 낚시질에 울고 데이터이용료에 또 울고
2006-11-18 권민경 기자
올 해 초부터 인터넷 사이트들에서는 서로 낚고 낚이는 네티즌들의 '낚시질(?)'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재미로 상대방을 속이고는 '낚였다'라는 표현으로 상대방을 당혹스럽게 하는 낚시질은 사이버 상에서 일어나는 단순한 재미의 일종이라는 의견과 통신질서를 방해한다는 비난 속에서도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네티즌뿐 아니라 휴대폰을 이용하는 모티즌도 낚시질의 대상이 되고 있다.모티즌이 낚시질에 걸려드는 주 원인은 '제목만 대단한' 성인 컨텐츠 때문이다. 망 개방으로 인해 그 수위에 있어 한 때 많은 문제가 된 무선인터넷의 성인물이지만, 이번에는 성인물이 아닌 단순한 스타의 화보집 등을 마치 상당히 선정적인 내용이라도 되는 양 포장해서 고객들을 골탕 먹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동통신 업체에서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컨텐츠는 어차피 우리가 아닌 전문 업체에서 제작되고, 제공되는 것"이라며 수수방관하고 있어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SKT의 무선인터넷 '네이트'에 접속하면 하단에 성인인증 사이트가 있다. 이를 클릭해 들어가면 주민번호 뒷자리를 입력해 성인 인증을 받는 절차가 있다. 그런데 이 절차에 실패해도 그 아래에는 '섹시스타화보집'이라는 제목의 사이트가 눈길을 잡아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섹시'라는 한 단어에 참을 수 없는 유혹을 느끼고 이 사이트에 접속한다. 당연히 그때부터는 그 말 많은 탈 많은 데이터통화료가 붙게 된다. 그러나 막상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대다수가 제목만 선정적인 단순하고 평범한 스타의 화보집이라는 걸 알게 된다. 모티즌이 '아뿔사, 낚시질에 걸렸네' 라고 깨닫는 순간은 이미 늦었다. 이제 남은 건 날아오게 될 요금 고지서와 억울한 기분뿐이다.회사원 윤모씨는 (28)는 "무선인터넷을 그리 많은 쓰지는 않았지만, 어쩌다 제목만 보고 호기심에 클릭했는데, 결국 아무것도 아니어서 짜증만 났다" 고 말했다. 대학생 정모씨(25) 역시 "아니겠지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어가 봤다 괜한 돈만 날렸다" 며 억울해 했다. 소비자를 걸려들게 하는 이런 속임수는 또 다른 이동통신사인 KTF 역시 마찬가지였다. KTF 무선인터넷 MagicN의 초기 화면에는 얼마 전 '서지영 야하게 벗었다'라는 매우 선정적인 제목의 컨텐츠 광고가 상단에 위치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이동통신회사 상황 역시 이와 비슷하다. '김아중 홀딱 노출', '강정화 섹시 황홀 유혹' 등 접속한 순간 가장 잘 보이는 부분에 성인물로 포장된 컨텐츠들이 고객의 호기심을 빌미로 미끼를 던지고 있다. 고객들은 속았다는 걸 뒤늦게 알지만 이미 화보집을 감상한 이상 부과된 컨텐츠 정보 이용료와 데이터 통화료를 어디에 딱히 하소연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SKT 의 한 관계자는 "컨텐츠 제공은 어차피 별도의 업체에서 하고 있다" 며 "SKT 는 단지 '감수'정도의 일만 담당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또 "컨텐츠 업체야 수익을 올리는 게 목적이니까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서라도 일단 사람들이 클릭하게 만드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SKT 입장에서야 설사 그런 사실이 있다 해도 망을 제공하는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컨텐츠 제공 업체에게 '상명하달' 식 제재를 할 수는 없지 않는냐" 고 덧붙였다. 그러나 "만약 이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갈수록 커진다면, 일정 부분 수정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고 해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뿐 아니다. 대부분 통신사의 무선인터넷 메인 메뉴에는 성인19+(Adult)라는 성인 전용 디렉토리가 제공되고 있다. 물론 이 사이트에 접속하려면 주인번호 인증이 필요하지만 청소년의 경우 위험 수위를 떠나 호기심에 일단 부모님의 주민 번호 등으로 접속해 보는 경우가 많다. 메인 화면에서 언제나 성인 컨텐츠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결국 '자극적인 것'에 대한 사람들의 원초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무선 인터넷 컨텐츠의 특성상 미리 볼 수 없다는 이점(?)까지 동원해 고객들의 정보이용료를 챙기는 데만 급급한 업체들의 행태가 오늘도 많은 모티즌을 '낚이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컨텐츠 시장에서 성인 컨텐츠를 제공하는 것 자체를 잘못 됐다고 할 수는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선인터넷 성인물의 수위가 유선과 비교했을 때 결코 높은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엄연히 법적으로 허가를 받고 굴지의 이동통신 회사의 망을 빌려 정식으로 컨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커지고 있는 국내 무선 인터넷 컨텐츠 시장에서 이런 종류의 무분별한 '낚시질'은 성숙한 시장 형성에 악영향만 끼칠 뿐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덥석 미끼를 물었다 낭패를 본 많은 소비자들의 원망 섞인 목소리처럼 이는 사기성이 다분한 광고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동통신회사 역시 행위가 기업 윤리의 측면에서 결코 옳은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통신사들이 무선인터넷 사용량을 늘리고 컨텐츠를 더 많이 이용하도록 만들기 위해 각종 마케팅 수단에만 열을 올리는 사이 고객들은 가뜩이나 허리가 휠 지경인 휴대폰 이용료에, '속았다'는 억울함마저 느껴 울고 싶은 지경이다. kyoung@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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