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차떼기 사죄…북풍 전면 부인
박영선 “말씀은 ‘죄송하다’지만 표정 너무 편안하다”
권성동 “당시 민주당도 불법자금 적발됐다” 물타기
2015-07-07 한아람 기자
[매일일보 한아람 기자] 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이 후보자가 2002년 불법정치자금 사건인 ‘차떼기 사건’에 연루된 사실과 1997년 ‘북풍 공작’에 개입됐다는 의혹을 중심으로 진행됐다.새정치민주연합은 이 후보자의 ‘차떼기 사건’등 정치개입 사건을 부각하며 국정원장으로서의 자격 검증에 주력하는 반면, 새누리당은 적극적인 소명 기회를 주는 등 ‘엄호’ 자세를 취했다.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은 “(차떼기 사건 판결문에) 이 후보자와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공모한 사실이 나온다”며 “당시 검찰이 공정했다면 이 판결문을 갖고 당연히 이 후보자를 기소해야 하는데 기소도 당하지 않고 약식명령으로 벌금을 받았다”고 지적했다.이어 “이 후보는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특보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측근으로 활동했다”며 “이렇게 역대 여권의 대통령 후보와 같이 했던 사람이 어떻게 정치개혁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따졌다.같은 당 박영선 의원 역시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국기문란 행위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후보자가 정치개혁이 화두로 부상하는 시기에 국정원장으로서 자격이 있느냐 하는 것이 국민적 의문”이라고 지적했다.박 의원은 “말씀은 ‘죄송하다’고 하지만 표정이나 이런 것이 너무 편안하다. 이런 분이 국정원을 개혁할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반면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차떼기 사건은) 있을 수 없는 행위”라고 공감하면서도 “당시 한나라당뿐 아니라 민주당도 불법자금을 받아 적발됐다”면서 물타기에 나섰다.권성동 의원은 특히 과거 불법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처벌받은 이재정 경기교육감과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등 참여정부 인사들을 거론하며 “자기들 잘못에 대해서는 반성하지 않고 남의 것만 커 보이는 태도는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같은 당 박민식 의원 역시 “약식명령으로 벌금 1000만원에 그친 것은 당시 문제가 된 정치자금 부분에서 이 후보자가 핵심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자금 출처도 본인이 몰랐던 것이 여러 군데서 드러난다”고 이 후보자 엄호에 나섰다.이 같은 여야 공방에 이병기 후보자는 “한 번 지은 죄가 있으니 또 할 수 있다고 하겠지만, (차떼기 사건은) 일생일대의 뼈아픈 기억”이라며 “정치자금을 전달한 것은 100번 사과를 드린다”고 낮은 자세를 취했다.이 후보자는 다만 “당이 어떻게 그 돈을 받은 것인지도 알지 못했고 당에서 주는 돈을 그냥 갖다준 것”이라며 “김영일 사무총장 말만 듣고 (돈을 준 것은) 분명히 잘못됐지만, 그 돈이 차떼기라는 걸 알았다면 죽어도 그 짓을 안 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그러면서 “깊이 후회 한다”며 “지난날의 허물을 반면교사 삼아, 제 머릿속에 정치관여 라는 말은 온전히 지워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한편 이 후보자는 1997년 안기부 ‘북풍공작 사건’에 대한 연관 의혹은 전면 부인했다. 그는 “그 건에는 내가 전혀 관여하지 않아서 기소되지도 처벌을 받지도 않았다”며 “출국금지를 당하고 수차 수사를 받았고 동료들은 감옥에 갔지만 당시 검찰에서 샅샅이 뒤졌음에도 내가 관계가 없어서 기소를 안했다고 본다”고 말했다.이어 “당시에 직원들에게도 절대 정치관여를 하지 말자고 시종일관 주장했다. 예나 지금이나 소신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한 이 후보자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향후 직원들의 정치개입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이 후보자는 “전임원장이 왜 (정치에 개입)했는지 들여다보지 못했지만 국정원의 업무내용이 정치적 소용돌이에 끼어들어 안타깝다”며 “정치관여란 4글자만큼은 머릿속에서 지우겠다. 가슴 한구석에 사표를 써들고 다니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