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 많은’ 외국계금융사, 제재는 ‘나몰라라’

정보유출·부당 영업에도 솜방망이 처벌

2015-07-09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금융당국이 외국계 금융사들의 업무부담 및 리스크 해소를 위한 규제 완화를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기존의 ‘봐주기’ 관행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들 외국계 금융사들이 부당영업을 하거나 금융사고를 낸 뒤에도 국내 금융사 대비 낮은 수위의 제재를 받거나 아예 제재조차 받지 않는 등 이미 과도한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외국계 금융사 주요 고위 임원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사들의 발전에 필요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업무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이 같은 최 원장의 발언은 최근 몇 년 사이 불거진 외국계 금융사의 국내 이탈 움직임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실제 지난해 유럽 최대은행인 HSBC는 한국 내 소매영업을 중단했고, 골드만삭스자산운용도 철수를 공식 선언했다. 씨티은행은 올 들어 56개의 지점을 폐쇄했으며, 구조조정으로 총 650명을 희망퇴직 처리했다. 국내 철수 계획은 없다고 밝힌 SC은행 역시 올해 초 200명의 직원들을 구조조정하고 전국 각지의 점포폐쇄를 진행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이에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간부회의를 통해 “금융당국의 행태가 과도하게 보수적”이라며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국내에서의 영업을 축소하는 경향을 나타내는데 대외적으로 좋지 않은 시그널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그러나 일각에서는 외국계 금융사의 엑소더스를 우려한 금융당국이 문제 발생 시 ‘봐주기’ 등으로 선심을 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업무 절차 개선 등으로 불편을 해소하는 것과는 별개로 부실한 감독 규정은 보완하고 소비자 보호 관련 규제는 강화해야 하는데 이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최근의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에서만 봐도 금융당국은 ‘외국계 금융사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KB국민·NH농협·롯데카드보다 정보유출 사실이 먼저 드러났던 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조사 과정이나 징계 수위 등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SC은행과 씨티은행 역시 IT업무를 총괄하는 김수현 SC은행 부행장의 개별적 사의 표명 이후 별도의 공식적인 사과나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SC은행은 정보유출이 확인된 이후 1만1000명의 고객정보를 추가 유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SC은행은 편법을 사용해 낮은 민원평가등급을 숨겨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2013년 금융회사 민원발생평가 결과’를 발표한 뒤 낮은 평가를 받은 은행은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3개월간 이를 공시토록 하고 1개월간은 팝업공지를 통해 2006년 이후 전체 평가결과를 볼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그러나 5등급으로 최하위등급 평가를 받은 SC은행은 팝업 공지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초기 화면에서도 민원등급 평가를 알 수 없도록 했다. 이후 금감원이 시정을 요구하자 겨우 초기화면에 이를 알렸으나 팝업 공지는 끝내 하지 않았다.해외 채권 불법판매 혐의로 논란이 된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에 대한 제재 역시 3차례나 미뤄진 끝에 결국 당초 금감원 실무진의 중징계 건의가 경징계로 약화됐다. 골드만삭스 측의 현지 지점을 통한 해외채권 판매는 '국제적 관행'이란 주장을 받아 들였기 때문이다.당시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은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고 2012년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16개 국내 기관투자자에 20건(11억2400만달러)의 해외채권을 판매한 무인가 영업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바 있다.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외국계 은행들은 국제룰을 강조하면서 국내 감독당국의 방향이나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거부하는 경향이 있고 금융당국은 이를 관리할 전문성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외국계 금융사에 대해 최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지금까지의 징계 관행이 개선되지 않으면 역차별 논란 속에 국내 금융사에 대한 처벌도 명분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