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에 물건 떠넘기는 ‘남양유업’?

허울 좋은 매출 1조원, 대리점 “죽거나 말거나”

2006-11-18     권민경 기자
국내 굴지의 유류업체인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강요하며 본사만 배를 채우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최근 <오마이뉴스>는 한 남양유업 대리점 운영자로부터 받은 제보를 바탕으로 남양유업의 살인적인 제품 떠넘기기에 관한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대리점에서 주문한 물량의 최고 8배가 넘는 양을 과도하게 밀어 넣으며 판매를 강요했다는 것. 대리점들은 한결같이 남양유업의 이런 횡포 때문에 도저히 생계를 유지해 나갈 수 없다며 하소연 하고 있다. 대리점 운영자들은 “본사의 떠넘기기로 재고가 쌓이게 되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까지 미치게 된다”며 이런 관행이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남양유업 관계자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부인하며 “회사와 감정이 안 좋은 2~3개 대리점들의 불만을 과장되게 기사화시켰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4년째 남양유업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의 10월 28일자 장부에 따르면 A씨는 불가리스, 이오, 혈압발효유 등 각 제품들 25박스를 주문했다. 그러나 지점에서는 211박스가 내려왔다. A씨 가게에는 주문하지도 않은, 본사에서 떠넘긴 요쿠르트, 우유가 박스째 쌓여져 한 켠 에서 썩고 있었다. 이 제품들은 유통기한 내 동네 슈퍼마켓 등에 팔리면 다행이고 원가 이하로 팔거나 공짜 행사 상품용으로 줘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안 되면 제품은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야 하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대리점이 떠안아야 한다. 오마이 뉴스가 공개한 A씨의 거래 장부 내용을 보면 이 같은 상황은 일상적으로 반복되고 있었다.

11월 2일, 발효유 ‘이오하이'와 '불가리스프라임’은 주문을 하지 않았는데도 각각 30박스와 20박스가 지점으로부터 강제 할당됐다.

더구나 판매가 좋지 않은 '과수원사과'와 '진콩두유' 10박스도 일방적으로 내려왔다.11월 3일, 4일도 계속해서 마찬가지였다. 기존에 받아놓은 물량도 채 소화하지 못했기에 아예 제품 주문 자체를 하지 않았는데, 지점 배달 차량은 또 다시 A씨의 대리점에 제품을 잔뜩 쌓아놓고 갔다. 이오하이 20박스, 불가리스프라임 40박스, 홍삼음료 6박스 등도 포함됐다. 이렇게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떠안아야 하는 제품 가격은 하루 평균 20여만 원, 한 달에 약 600만 원 어치다. 많을 때는 1천만 원에서 1천500만 원 어치에 이르기도 한단다. A씨 뿐만이 아니다. 기사가 나가자 전국 곳곳의 대리점 운영자들이 남양유업의 이런 불공정 행위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들의 한결같은 얘기는 남양유업 본사에서 유제품을 막무가내로 떠넘기고 가는 바람에 대리점 구석에 물건을 쌓아두고 썩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남지역에서 대리점을 하고 있다는 한 운영자는 “남양유업은 대리점이 장사가 되든 안 되든 매출목표를 자기들 마음대로 측정해 제품을 강제로 보낸다” 며 “불가리스, 이오, 혈압발효유(120/80) 등이 창고에 가득 쌓이는데도 어쩔 수가 없다. 한달 내내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영업하고도 남는 건 고작 몇 십 만원뿐이다.” 며 하소연했다. 또 다른 지역 운영자들도 “심지어 신제제품 홍보를 위해 나오는 ‘무료시음용’ 제품마저 대리점에 ‘유료’로 공급한다” 며 “정말 해도 너무한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 열 두 번 씩 들다가도 당장 먹고 살 것이 없어 버티고 있다” 며 울분을 토했다. 대리점들은 본사에서 신제품이 나오면 걱정부터 든다. 신제품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제품 떠넘기기가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사정이 이렇게 되자 강제로 떠안는 양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본사 지점 직원들에게 명절날 등에 주기적으로 10~20만원 정도의 소위 ‘떡값’을 바치는(?) 대리점까지 있다. 그러나 남양유업 측에서는 이같은 대리점 운영자들의 하소연이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반박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대리점에서 주문한 것보다 수량을 조금 높게 잡아준 것은 있다” 며 “그러나 이는 판매촉진과 목표달성을 위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제공하는 것이지 절대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고 강하게 부인했다. 또 “기사에 나온 대리점은 본사와 관계가 좋지 않은 일부 2~3개 점포의 얘기” 라며 “만약 대부분의 대리점들이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회사가 유지돼 왔겠는가. 벌써 사단이 나도 났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관계자는 “무료제품을 유료로 떠넘긴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며 “오히려 본사에서 푸는 무료시식 물량이 모자라 대리점에서는 더 받고 싶다고 요청을 하는 상황” 이라고 대리점 운영자들의 말과는 정 반대의 설명을 했다.

이에 따르면 무료로 제공되는 물량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만 대리점에서 유료로 사가는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회사에서는 목표달성을 채 하지 못하는 대리점에 교육과 지원금 등을 통한 구제책까지 펴고 있다” 면서 “대리점이 잘돼야 회사도 잘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우리가 무엇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겠냐” 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한편 기사가 나간 뒤 일부 대리점 운영자들이 다음 날 본사로부터 대리점을 그만두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남양유업 관계자는 “압력이 있었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 면서 “회사에 불만사항이 있으면 같이 조율해 풀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그런 차원에서 어떤 대리점인지를 알아본 것 뿐”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남양유업의 이 같은 설명에도 대리점 운영자들의 항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대리점들이 어려움을 겪다 못해 폐업을 하는 상황에서도 남양유업은 올해 매출 1조원을 바라보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많은 대리점 운영자들은 “경기불황에 더해 유류제품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만 이렇게 매출이 신장되는 이면에는 자신들의 피를 빨아 이득을 챙기고 있는 남양유업의 ‘거머리’ 같은 횡포에 있다” 고 비난했다. 대리점들은 또한 본사의 제품 떠넘기기가 자신들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떠넘기는 물량이 많아지면 냉동보관소 용량에 한계가 있어 실온에 보관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실온에서 유통기한이 될 때까지 방치되면 제품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커진다.” 는 설명이다. 이들은 다음에 ‘안티남양’이라는 까페를 개설하고 향후 본사에 조직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문제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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