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불평등 심하면 성장해도 부유층만 좋아”
국제기구들, ‘선성장 후분배’ 정책에 잇따라 문제제기
2015-07-14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세계은행이 현재 소득 불평등이 심할수록 부유층의 소득 증가율은 높아지지만 빈곤층의 소득 증가율은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이는 불평등이 심하면 경제가 성장해도 과실이 부유층에게만 집중되고 빈곤층은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는 뜻이어서 그간 통용돼온 ‘선성장 후분배’ 정책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세계은행 개발연구그룹 산하 빈곤·불평등 연구팀의 로이 판 데르 바이더·브란코 밀라노비치는 14일 ‘불평등은 빈곤층의 성장에 나쁘다’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이 같은 분석을 제시했다.이들은 미국의 1960∼2010년 인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표적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와 각 소득계층별 소득 증가율의 인과관계를 회귀분석했다.그 결과 불평등이 심할수록 소득 상위 25% 계층의 소득 증가율에는 긍정적으로, 하위 25% 계층의 소득 증가율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이들은 더 나아가 소득 상위 40% 계층과 하위 40% 계층의 지니계수를 각각 구해 계층별 소득 증가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연구 결과 소득 상위 40% 계층 내부의 불평등이 심할수록 하위 50% 계층의 소득 증가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또한 하위 40% 계층 내부의 불평등이 심할수록 상위 10%의 소득 증가율이 높아져서 빈곤층 내 불평등이 부유층 소득 증가에 특히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불평등이 심하면 빈곤층의 소득 증가에 오직 방해만 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분석 결과는 포괄적이고 탄탄하다”고 평가했다.이들은 “불평등이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더라도 이러한 효과는 소득 최상위 계층에만 집중된다”며 “이는 불평등이 일으키는 성장은 불평등을 더 심하게 만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불평등이 어떤 경로를 통해 이 같은 효과를 내는지는 다루지 못했지만 몇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이들은 우선 각국 정책을 결정하는 최상위 부유층이 불평등 심화로 인해 다른 계층과 동떨어지게 되면 빈곤층 소득 증가에 필수적인 각종 공공재를 공급하는 데 무관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또한 빈곤층 내부 불평등이 심해져서 노동시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으로 파편화되면 사회경제적 불안 때문에 제값을 못 받는 매우 값싼 노동력을 부유층이 착취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세계은행의 이번 연구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이 잇따라 소득 불평등 문제를 경고하고 나선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IMF는 올해 들어 여러 편의 보고서를 통해 소득 불평등이 성장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과세 등을 통한 적절한 수준의 소득재분배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OECD도 최근 ‘소득 분배와 빈곤’ 보고서에서 지난 30년간 선진국에서 소득 불균형이 심해져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