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알바’, 3년 전 인터넷 소설에서 유행

사회학자 “왜곡된 ‘성’, 사랑으로 미화”

2005-11-18     홍세기 기자
개기면 XXX’, ‘X X 먹을러, ‘XXXX 주면 키스해 주는 놈’, 'XXX 18세에 결혼하면 애는 언제 생기니? ‘XX주면 키스하고 십만원주면 같이 XX X’ 인기리에 연재됐던 10대 인터넷 소설들의 제목이다. 최근 본지는 청소년 사이에 급속히 번지고 있는 신종 윤락행위 ‘키스알바’에 관해 보도(66호)한 바 있다. 그런데 요사이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하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키스알바’가 실상 청소년 사이에서는 이보다 훨씬 이전인 지난 2002년, 인터넷 소설을 통해 유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몇 년 사이 출판시장까지 점령하며 청소년 사이에 붐을 일으키고 있는 인터넷 소설, 그러나 그 시간동안 인터넷 소설은 문학의 파괴라는 초창기 비난을 아랑곳 하지 않고 과장되고 왜곡된 성문화를 반영하는 도구로 변질돼왔다. 사회학자들은 “청소년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이런 소설들이 ‘성’을 윤락의 한 도구쯤으로 치부해 버리는 분위기를 조성시킨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저기... 여기, 오천원”, “아.. 씨X.. 1분만이야” 키스알바를 하고 있는 남자주인공이 등장하는 첫 장면이다. 남자주인공이 ‘키스알바’를 시작하게 된 이유인 즉슨 오토바이를 사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것. 고민하던 남자 주인공에게 친구는 “키스!, 한번에 오천원정도로 하고 몇 달만 해봐..... 여자애들 죽고 못 살걸?” 그러자 남자 주인공은 “오천원이뭐야... 씨X.. 그거 가지고 언제 다 모아”라며 심드렁하게 말한다. 친구는 “내가 알던 놈이 마약을 했거든, 지금은 반 미쳤지만, 그놈이 처음엔 마약이 오 백원 천 원 하더니. 중독 되니까 몇백으로 올리더라는거야. 그런 식으로 해버리면 되잖아”, 이에 남자 주인공 “하긴 골빠진X들 입술 몇 번 문질러주고 그 정도면 짭짤한 수입일 것 같다”이 남학생의 키스알바는 곧 학교에서 유명해지고, 여학생들은 너도 나도 돈을 주고 키스하는 재미(?)에 흠뻑 빠져들어 쉬는 시간마다 옥상을 찾는다. <XX원만 주면 XX해주는 X> 중이와 비슷한 내용을 가진 또 다른 소설 속에서도 역시 ‘키스알바’가 등장한다.한 고등학교 점심시간, 무슨 이유에선지 학교가 떠들썩하다. 여자주인공에게 한 친구가 달려와 말하길 “특종이야, 2학년 XX가 오천원에 껴안아 주고, 만원에 키스해주고... 십 만 원에 같이 자준데!”귀가 솔깃해진 여자주인공, “어디서 하는지 알아?” 라고 묻는다. 친구는 “이번에 창고 새로 지어서 전에 쓰던 창고 비었잖아. 그 안에서 돈 받고 키스해준대”<XX주면 XX하고 십 만원 주면 같이 XX X> 중비단 ‘키스알바’ 뿐만이 아니다.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상당수의 10대 인터넷 소설 속에는 왜곡되고 과장된 성적 묘사나 상황들이 넘쳐난다. 또 다른 인터넷 소설 속 남.녀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장면을 살펴보자.“요란한 음악으로 가득 찬 한 나이트클럽, 여자주인공이 마침 나이트에서 빠져나가려는 순간 그녀의 손목을 잡아채 ‘룸’으로 끌고 들어가는 남자주인공. 나가려고 발버둥치는 여자를 침대위로 쓰러뜨리고 그 위에 올라타(?) 여자주인공의 옷을 벗기려 하는 남자주인공” 이튿날 18살의 평범한 고등학생인 여자주인공 앞에 ‘교장’을 팼다는 이유로 퇴학당했던 남자 주인공이 복학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대부분의 인터넷 소설 속 등장인물은 고등학생, 더러는 중학생, 간혹 대학생인 경우도 있다. 남자주인공은 하나같이 양아치에 건방지지만 외모만은 단연 최고의 꽃미남, 게다가 XX고등학교 ‘일진짱’이라는 수식어는 보너스, 여자주인공은 평범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는 인물 등으로 설정되는 전형적 구조를 띤다. 모든 등장인물들의 대사 중 2/3는 욕설, 비속어, 은어에 각종 이모티 콘, 성적표사로 도배. 바로 10대 인터넷 소설의 현주소다. 이런 인터넷 소설의 대다수는 10대 청소년이 작가이고 또 독자이다. 때문에 재미 상 과장된 부분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청소년 문화의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소설을 읽는 청소년들은 기성세대의 비판에 대해 ‘고리타분하다’, ‘어른들의 흑백논리로 청소년 문화를 판단하지 말라’ 고 항변한다. 그러나 인터넷 소설들이 ‘이모티콘’, ‘욕설’, ‘비속어’ 등을 동원해 글의 재미를 더하고 10대 나름대로의 감성을 표현하는 것에 그치는 정도라면 차라리 다행이다.문제는 갈수록 단순한 재미를 넘어 그 내용이 위험천만한 수준에 이른다는데 있다.왜곡되고 과장된 성문화를 마치 낭만적인 사랑의 한 모습인 냥 포장시키는 것은 청소년과 기성세대, 인터넷 소설과 순수문학 등의 이분법적 분류를 떠나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 시킨다. 특히나 이런 소설들은 중독성이 있어 청소년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성’을 변태적이고 도착적인 윤락의 한 도구로 전락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10대 작가들이 쓰는 인터넷 소설들은 연재하기 무섭게 조회수가 10만이 넘을 만큼 폭발적 인기를 끌곤 한다. 심지어 팬이 만든 동호인 까페까지 생겨날 지경이다. 출판시장 또한 작품의 완성도 여부를 떠나 앞다퉈 온라인상에 게재되고 있는 소설들을 사들이는 경쟁을 벌여왔다. 좀처럼 침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출판시장에 이런 소설들은 잘만 되면 50만부 이상 팔려나가는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회학자들은 인터넷 소설의 폐해가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며 “컴퓨터만 켜면 언제든 읽을 수 있는 인터넷 소설의 홍수 속에 청소년들은 윤락을 조장하고 권장(?)하기까지 하는 환경에 노출돼 있다” 고 지적한다.오늘도 대한민국의 많은 청소년들은 밤새워 인터넷 소설을 읽으며 비뚤어지고 변형된 ‘성’을 한번쯤 꿈꿔보고 싶은 ‘로맨스’의 하나로 ‘강추’(강력하게 추천)하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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