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乙, 10·26재보선 ‘리턴매치’냐 ‘야권연대’ 부활이냐

[기획] 7·30재보궐 선거 판세분석 ① ‘서울 동작乙’

2015-07-16 한아람 기자

[매일일보 김경탁·한아람 기자] 6·4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정몽준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동작을(乙)’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이번 7·30재보궐 선거에서 유일한 서울지역 선거구로, 지역색이 뚜렷하지 않아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서 의미가 크다.여야가 모두 ‘거물급 후보’를 내세운 이곳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등 거대 양당은 물론 원내 진보양당인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그리고 원외 진보정당인 노동당(구 진보신당)까지 현재 뚜렷한 정치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내 주요 정당이 모두 후보를 낸 유일한 지역구이기도 하다.5명의 후보들 중 동작 지역에 연고를 두고 활동해온 후보는 김종철 노동당 후보가 유일하다.심지어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의 경우는 주소지 이전이 늦어지면서 자신에게 한 표를 행사할 투표권도 없을 정도로 이 지역 공천 과정은 마지막까지 ‘눈치싸움’과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새정치연합의 경우 광주에서 출마 준비중이던 기동민 전 서울시 부시장을 전략공천하는 과정에 허동준 지역위원장을 비롯한 당내외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면서 후보등록 당일까지 공천잡음이 이어졌다.‘디펜딩챔피언’인 새누리당 쪽에서는 반대로 막 임기를 마친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게 출마를 강권하다가 본인의 고사로 무산되자 막판에 나경원 전 의원을 급하게 설득해서 출마시킬 정도로 후보를 내세우기가 쉽지 않았다.하지만 대진표가 확정되고 다자구도로 선거 국면이 짜여짐에 따라 초반 판세는 ‘인지도’ 면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는 나경원 후보의 압도적 우위양상이 전개되고 있다.특히 나 후보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첫 선거에서 경쟁해서 아깝께 패배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박원순 시장 치하의 서울시에서 정무부시장을 지낸 기동민 새정치연합 후보과의 대결이 ‘박원순 vs 나경원 서울시장 선거의 리턴 매치’ 성격을 띤다는 관점도 눈길을 끈다.이밖에 군소정당 소속이기는 하지만 인지도 면에서는 나경원 후보에 비해 크게 밀리지 않는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도 눈길을 끄는 인물이다.진보진영의 간판스타라 할 수 있는 노회찬 후보는 인지도 면에서 나경원 후보에 필적하는 인물이고, 기동민 후보와의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야권연대'의 복원이라는 상징성도 있어서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주요 정당들 모두 도전장 던지면서 후보 5명 난립중

초반 판세 나경원 압도…기동민-노회찬 단일화 관건

후보자들 어떤 사람인가

동작을 선거와 관련해 지금까지 나온 여론조사는 한국일보가 지역주민 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선전화 조사가 유일하다. 이 조사에서 나 후보는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여론조사 방식의 특성과 한계를 감안할 때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우선 세월호 참사와 이후 국무총리의 연쇄낙마 등 인사 난맥상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데다, 6·4 지방선거에서 정몽준 후보는 동작구에서 41.80%를 얻어 57.45%를 획득한 박원순 후보에게 뒤져 표밭이 여권에 결코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또 18대, 19대 총선에서는 여당 후보(정몽준)가 연승했지만, 과거 16, 17대 총선에서는 유용태(새천년민주당), 이계안(열린우리당) 후보 등 야당 후보가 잇따라 당선됐던 ‘스윙보트 지역’으로 간주되는 점 역시 주목할 만 한다.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나경원 전 의원은 대표적인 친이(친이명박)계로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을 상대로 뜨겁게 맞붙었던 인물이다.나 후보는 판사 출신으로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특보로 정치에 입문한 뒤 17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첫 배지를 달았다.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대변인으로 활약했고 18대 국회에서는 서울 중구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그 후 2011년 서울시장 출마로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내 반발 속에 ‘깜짝’ 전략공천을 발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기 후보는 일반 유권자들에게는 생소한 정치신인이지만 박원순 시장의 최측근이다.기 후보는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곁에서 정무수석비서관,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박원순 맨’으로 통한다. 당초 광주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했다 당의 전략공천으로 동작을 후보로 투입됐다. 앞서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의 보좌관,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등을 지냈다.

정의당에서는 간판스타 격이자 특유의 입담으로 유명한 노회찬 전 대표가 나섰다.노 후보는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2004년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2012년 19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서 당선된 후, 2012년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를 역임했다.노 후보는 17대 국회의원 재직 당시 ‘안기부 X파일’에 등장한 이른바 ‘떡값 검사’의 이름을 공개한 혐의로 기소됐던 재판이 지난해 2월에서야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판결이 내려지면서 국회의원직을 잃었다.공직선거법 위반에 의한 당선무효가 아니었기 때문에 선거권 제한 기한이 1년으로 끝나서 이번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이밖에 통합진보당에서는 노동운동가 출신의 유선희 최고위원이 출마하고, 원외 진보정당인 노동당(구 진보신당)에서는 김종철 동작당협 위원장이 도전장을 던졌다.유선희 후보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당선된 구로구을에 출마해 4.1%의 득표로 4위를 기록한 바 있다.김종철 후보도 같은 선거에서 동작을에 출마해 5.1% 득표로 3위를 기록했다. 당시 선거의 승리자는 정몽준 전 의원이었고, 2위는 민주통합당의 이계안 후보였다.

野 “나경원=MB사람” 협공 vs 與 ‘인물론’ 부각 주력

이 지역 선거의 최대변수가 야권연대 성사 여부로 관측되는 가운데, 기동민 후보와 노회찬 후보는 일찌감치 나경원 후보에 대한 협공을 시작했다.반면 나 후보는 야당의 공세와는 무관하게 지역행보로 표밭 갈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새정치연합 등 야당은 선거 초반부터 나 후보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였다는 점을 부각, ‘MB의 사람’이라는 공세를 펼치고 있다. 유권자들의 거부감이 큰 이 전 대통령의 부정적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또 야당은 4대강 건설사 담합 문제와 큰빗이끼벌레 문제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4대강 문제를 도마위에 올리고 있다. 나 후보가 대표적인 친이계 인사인 만큼 4대강 사업이 MB정부의 대표적인 국정실패 정책인 만큼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는 논리다.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나 후보는 박 시장에게 이미 패배한 정치인이자, 누구나 다 아는 친이계 정치인 아니냐”며 “엠비(MB)가 총애했던 구정치인 대 박원순 파트너로 서울시정을 성공으로 이끈 미래세력의 구도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노회찬 후보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국정조사를 주장하며 “나경원 후보는 18대 국회에서 4대강 사업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던 전직 의원으로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4대강 국정조사 제안에 대해 여당 후보로서 책임 있는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야당은 4대강 사업 이외에도 나 후보를 겨냥, 이명박정부 출범 전후로 불거졌던 BBK 문제와 민간인 사찰 문제부터 시작해 나 후보를 전략공천한 박근혜정부의 세월호 참사와 인사참사 등 잇단 실정의 책임도 묻겠다는 전략이다.새누리당측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 후보자의 ‘인물 경쟁력’을 부각하면서 “야권연대는 정치적 야합”이라고 공세를 펴는 등 팽팽히 맞서고 있다.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후보들 면면이나 인간 됨됨이를 보면 나경원 후보가 절대적으로 우세하다”며 “야권은 결국 후보 단일화라는 정치적 이벤트로 유권자 시선을 사로잡으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나 후보 측은 “정치 얘기보다는 소통과 경청에 방점을 두고 지역 정책 위주로 가겠다”며 “지역개발 공약을 이야기하면 야당과도 이야기할 수 있지만 세월호 때문에 민심이 흉흉한데 여야 간 공방을 후보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