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상태 편의점계…신세계 ‘치킨게임’ 촉발

기존 업체 부실점포 줄이며 내실 다지기에 주력
점포 확장에 무리수…“가맹점주에게는 고통”

2014-07-20     최원석 기자

[매일일보 최원석 기자] 지난해 시장포화 상태로 인한 경영 악화로 점주들의 자살 등이 논란이 됐던 편의점 시장에 유통공룡 신세계가 본격 진출을 선언하면서 편의점 업체 간 진흙탕 싸움이 예상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최근 올 연말까지 자사의 편의점 브랜드 ‘위드미’의 가맹점 수를 1000개까지 확대한다고 밝혀, 편의점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현재 전국 편의점은 2만5000여개. 더 이상 가맹점을 늘릴 수 없을 정도로 포화상태인 셈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의 경우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720여개의 부실 가맹점을 정리했으며, 이 기간 1곳만의 가맹점을 새로 출점하며 질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

BGF리테일은 올해 출점을 500곳으로 잡았으나, 철저하게 가맹정점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를 추진한다. 지난해 가맹점주 4명이 경영난을 호소하며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여론의 질타 속에 내실을 다지고자 하는 것.

GS리테일의 GS25와 코리아세븐의 세븐일레븐 또한 출점 속도를 줄이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시장 상황에서 대형 유통망과 자금력을 보유한 신세계가 편의점 시장에 뛰어들어 올해 1000개의 가맹점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신세계가 운영하는 위드미의 점포 수는 전국 130여개로, 8000개가 넘는 CU와 GS25, 7000여개 점포를 가진 세븐일레븐에 비하면 턱없는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신세계가 점포 확장에 무리수를 둘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이를 위해 신세계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사업모델인 월회비제를 제시하며 가맹점 유치에 적극적 나섰다. 치킨게임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월회비 제도를 중심으로 한 신세계의 새 편의점 사업모델은 가맹점주의 수익 향상을 내세우고 있다. 월회비 제도는 기존에 IGA마트, 썸마트 등 중소규모 편의점에서 이미 운영했던 사업 전략이다.

현재 이들 편의점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을 감안, 이 전략은 실패했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편의점의 월회비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월회비 제도가 기존에 매출이 많이 나오는 점포들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지만, 전체 편의점에서 1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점포수가 50%에 불과한 현재 시장 상황에서 월회비 150만원을 내는 것은 매출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내는 것보다 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월회비를 받는 신세계가 점포 매출에 대한 지원이 꾸준하게 지속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 한 전문가는 “신세계가 겉으로 보이는 기존 편의점들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사업안을 제시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허상에 그칠 수 있다”며 “전국에 편의점이 2만5000개가 넘어가는 시장 상황에서 추가 출점은 가맹점주에게 고통을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위드미 편의점 점주는 “현재까지 신세계에서 점주들에 납품을 강요하거나 운영에 관여하는 일은 없다”면서도 “출점이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아 수익을 창출할 수 없었을 때에도 가맹본부에서 이 같은 점포 관리를 유지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