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평론]남경필·원희룡의 정치실험 갈등해소 계기되길
2015-07-20 장성준 객원논설위원
[매일일보]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야권과의 협치(協治)가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 정치사에 일찍이 없었던 획기적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국가적 시련이 있었을 때 거국내각 구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곤 했었다. 하지만 이것이 실질적으로 실현된 적은 거의 없다. 결국은 정파적 이해에 묻혀 흐지부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두 지사는 지난 6·4지방선거 과정에서 야당과의 협치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지금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추진과정에서 여러 난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경기도는 생활임금 문제 등으로 중앙당의 견제를 받고 있다. 제주의 경우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발로 협치정책실장 직급이 3급에서 4급으로 하향 조정되는 등 혼선이 일고 있다. 그러나 협치를 추진하지 않았다고 갈등이 없었겠는가. 과거의 관행대로 여야간의 대치는 계속되었을 것이다.그동안 우리 정치는 여와 야의 극단적 대결구도로 점철되어져 왔다. 작금의 여야 갈등은 정치 무용론이 나올 정도이다. 국가적 재난인 세월호 진상조사를 위한 법안이 수사권을 어디에 두느냐 문제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 밑바탕에 여야간 불신이 자리 잡고 있음은 국민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수사를 누가 하느냐가 향후 정국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고 암투를 벌이는 정치적 속사정 때문에 국민들 가슴만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정치적 갈등에 따라 정책적 적기를 놓쳐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정치란 국민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느냐에 대한 정책을 놓고 여야가 조금씩 양보하면서 서로의 입장차를 좁혀나가는 과정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남경필·원희룡 두 도지사의 정치실험은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내느냐 와는 별개로 우리 정치사에서 갖는 함의(含意)가 상당하다. 이러한 협치에 대한 실험이 여야간의 불신의 장벽을 허무는 맹아(探索期)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도의회를 야당이 장악해 어쩔 수 없었다느니 하는 지적은 부차적인 문제다. 과거에도 여소야대는 있어왔다.여당 입장에서는 겉으로 드러내 놓을 수는 없지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들이 주도하고 있는 국가운영의 큰 틀이 삐끗거린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다. 야당 입장도 껄끄러울 수 있다. 대정부 투쟁을 강력히 벌여야 할 때도 있는데 투쟁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 보면 여야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넘어 존중의 단계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를 갖게 된다. 비록 도(道) 차원이지만 그동안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아왔던 여야가 모처럼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다.남경필·원희룡 두 지사의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금으로서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또 다른 갈등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어차피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밖에 없는 게 인생이고, 정치 아닌가.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그 과정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첨예한 갈등 해소 방법을 습득하게 된다면 그것도 커다란 진전임에 틀림없다. 자주 대화하다보면 미운정도 쌓이는 법이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도 있다. 어쨌거나 그 단초는 두 지사가 마련했다. 이제 막 임기를 시작했다. 기다려주는 것도 선출직에 대한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