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주’ 컴백 vs ‘노동후보’ 반란 vs 與 ‘어부지리’

[기획] 7·30 재·보궐 선거 판세분석 ③ 경기도 평택乙

2014-07-20     한아람 기자
[매일일보 김경탁·한아람 기자] 이재영 前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선거운동에 비자금을 조성·사용한 혐의로 당선 무효돼 재선거가 치러지는 경기 평택을(乙)은 ‘터줏대감의 컴백’과 지역 최대현안인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국회 입성 타진이라는 2가지 측면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우선, 평택을은 이번 7·30재·보궐선거에서 유일하게 해당 지역구에서 오랜기간 국회의원을 지낸 전직 국회의원이 출마하는 지역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정장선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이곳에서 직전 회기까지 내리 3선을 했던 중진급으로, 지난 2011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4대강 예산 날치기 처리에 이은 한·미 FTA 날치기 처리가 사퇴에 반발하는 의미로 19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바 있다.3선의 거물급 ‘터줏대감’ 정장선이 출마하지 않은 2012년 4·11 총선은 5명의 후보가 난립한 상황에서 이재영 새누리당 후보가 민주통합당 오세호 후보를 상대로 44.94% 대 42.65%의 박빙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마무리됐다.새누리당에서는 이명박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후보의 출사표로 거물급 빅매치 가능성이 엿보이기도 했지만, 임 후보는 새누리당 공천심사 탈락과 수원정(영통) 전략공천으로 빠지면서 일찌감치 ‘정장선 대세론’이 형성되고 있었다.이후 새누리당 경선에서 유의동 前이한동 국무총리 보좌관이 후보로 선출됐는데, 미미한 인지도 탓이지 유 후보가 당 지지율에 미치지 못하는 지지율에 그치면서 판세가 싱겁게 진행될 듯이 보였지만 ‘노동단일후보’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판세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 출신의 해고 노동자로, ‘무소속 진보 단일 노동자 후보’를 표방하고 있는 김득중 후보는 지역 최대 기업인 쌍용차 노동자들의 전폭적 응원에 통합진보당·정의당·노동당 등 모든 진보정당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특히 진보적 네티즌들 사이에서 김득중 후보에 대한 지지여론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보니 정장선 후보 측이 김 후보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한 적극적 제스츄어를 취하지 않을 경우 야권 지지표 분산에 따른 어부지리로 유의동 새누리당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평택, 2012년 이후 모든 선거에서 새누리 후보가 싹쓸이
3선 野정장선, 초반 압도…‘김득중 변수’ 판세 요동 전망
 

‘인물’ 野 유리…최근 선거 與 ‘우세’

2012년 19대 총선에서 이재영 전 의원이 승리한 것을 비롯해 최근 주요선거 결과를 보면 평택은 새누리당의 ‘새로운 텃밭’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당에 잇따른 승리를 안겨줬던 지역이다.특히 지난달 치러진 6·4지방선거에서는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지사 후보가 57.1% 득표로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42.9%)를 크게 앞섰고, 평택시장도 공재광 새누리당 후보가 52.2%의 지지를 얻으면서 관선 포함 4선의 김선기 전 시장(44.9%)를 누르는 이변을 연출했다.이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18대 대선 때도 평택을 지역인 팽성읍과 비전 1·2동, 고덕면, 포승읍 등에서는 박 대통령에게 상당히 높은 득표율을 안겨주기도 했다.반면 최근까지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는 ‘인물론’을 앞세운 정장선 새정치연합 후보가 유의동 새누리당 후보에 비해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상당히 앞서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데, 유선전화 비율이 높은 조사방식의 특성상 ‘실제 격차’는 더 크다는 것이 여론조사업계의 분석이다.최근 표심과 최근 여론조사가 이렇듯 극명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최대 변수는 통합진보당·정의당·노동당 등의 지지를 이끌어내면서 ‘노동 단일후보’를 표방하고 있는 김득중 후보가 정 후보 지지표를 얼마나 잠식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여기에 더해 인구가 밀집된 ‘시내권’과 미군기지를 중심으로한 ‘팽성권’, 항만·공장과 농지가 복합된 ‘안중권’ 등 크게 3개 권역으로 나뉘는 평택을의 지역 특성상 각 후보들이 권역별 맞춤형 공약 등을 통해 유권자의 마음을 얼마나 사로잡는지도 승패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젊은 피’ vs ‘노련미’ vs ‘노동자 대표’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거물급 인사들을 제치고 여당 공천을 받아낸 유의동 후보는 이한동 전 국무총리의 비서로 정치에 입문해 류지영 국회의원의 보좌관, 박근혜 대통령 후보 중앙선대위원장 자료분석팀장 등을 거쳤다.평택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지역에서 마치고 현재는 평택발전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유 후보는 ‘지역 토박이 일꾼’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40대라는 젊은 나이를 앞세워 ‘젊은 정치·신선한 평택’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그러나 유 후보는 4대 도의원을 지낸 아버지(유광) 그늘에 가려 인지도가 높지 않은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이에 반해 정장선 후보는 40대 중반 16대 총선에서 ‘바꿔 열풍’을 타고 당선된 뒤 내리 3선에 성공한 인물이다.정 후보는 이 지역에서만 4~5대 도의원을 지내고 16~18대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평택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일각에선 정 후보와 유 후보의 이번 대결을 ‘다윗 대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하기도 한다.지난 2011년 국회 내 몸싸움 등 폭력사태와 관련해 “정치가 국민의 신뢰 받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정 후보는 이번 출마선언에서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이 심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옛날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복귀 이유를 설명한 뒤 “통합의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득중 무소속 후보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출신으로, 이번 선거 후원회장을 맡기로 한 조국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 개그맨 김제동, 박제동 화백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유명인사들이 대거 지지를 표명하면서 적지 않은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현재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을 맡는 김 후보자는 최근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제게 삶의 연대, 아픔의 연대는 있지만 야권연대는 없다”면서 “세월호 참사와 쌍용차 노동자들의 죽음이 다르지 않다. 바로 이 죽음이 직접적으로 출마하게 된 계기”라고 밝혔다.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지율을 얻고 있는 김 후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독자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시선과 함께 지지율을 높이면 높일수록 새누리당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