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깨비와 싸운 ‘세월호 의사상자’ 논란…누구 책임인가

해당 법안 살펴보니 일반적인 ‘의사상자’와 전혀 별개의 개념
비난 빌미 만든 의원들 “가족 요구” 주장하며 해명책임 회피

2014-07-23     김경탁·나태용 기자

[매일일보 김경탁·나태용 기자] 여야가 입법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의 내용 가운데 하나인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전원 의사상자 지정’ 문제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일반적인 ‘의사상자’ 선정 기준을 생각할 때 단순히 사고 선박에 타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상자’로 지정하는 것이 형평에 어긋나지 않느냐는 지적이 ‘심재철 카톡’ 논란을 계기로 공론화되면서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쪽에서는 이런 내용을 전혀 요구한 바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유가족 중에 이를 요구한 사람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일일보가 관련 논란의 진위에 대해 취재한 결과,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세월호 가족에 대해 쏟아진 일각의 비난은 전적으로 새정치연합의 ‘잘못’ 때문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지도부와 피해 가족의 면담 과정에 관련 내용을 주장한 유족이 실제 있었지만 소수 의견일 뿐이었는데 이 내용을 새정치연합 측이 덥석 법안 작성 과정에 포함시켰다.

새정치연합의 법안에 포함된 ‘의사상자’는 일반적인 ‘의사상자’와는 별개의 개념인 ‘세월호 의사상자’로, 용어만 동일할 뿐 예우와 지위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으로 별도 규정하도록 해 법률적으로는 논란의 소지를 최소화시켰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측은 명백히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법안에 포함시켜놓고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심신이 피폐해있는 세월호 피해 가족들에게 사회적 비난이 쏟아질 여지를 만든 책임이 새정치연합 의원들에게 있다는 말이다.

법안 논의과정 잘 아는 심재철이…

관련 논란 촉발의 계기는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인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카카오톡을 통해 이 부분을 문제 삼는 메시지를 주변에 뿌린 것이었지만 새정치연합 측에서 ‘희생자 전원 의사상자 지정’을 자신들의 특별법안으로 제시한 직후부터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는 있었다.

심 의원이 (자신이 직접 작성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지인들에게 유포한 메시지는 세월호 피해자 전원 의사상자 지정의 부당성에 대해 길게 성토한 후 말미에 “여러분은 지금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자고 서명운동 벌이는 사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며 “동감하시면 다른분께도 전달해주십시오”라고 끝을 맺는다.

특별법 서명운동은 가족대책위가 중심이 되어 진행 중인 것으로, 가족대책위가 요구하는 특별법에는 ‘예우’에 대한 내용이 전혀 포함되어있지 않은데 마치 이들이 자신들을 특별대우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처럼 음해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으로서 관련 법안 논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 심재철 의원은 이 내용을 고의든 실수든 간에 주변에 퍼뜨렸고, 메시지 전달 후 비난이 쇄도하자 단순히 여론수렴을 위해 전달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강변하고 있다.

특히 심재철 의원은 자신에 대해 특위위원장직은 물론 국회의원직까지 사퇴하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세월호 유가족들이 전원 의사상자 지정을 요구했다는 내용은 새정치연합의 관련 보도자료에 분명하게 적시되어있다고 주장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심 의원 측이 지적한 문제의 보도자료를 보면 ‘전원 의사상자 지정’이 실제로 포함되어있고, 새정치연합 전해철·부좌현 의원이 지난 4일 발의한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에도 해당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가족대책위 “진상규명만 원한다”

이와 관련 세월호 피해자 가족대책위 측은 그런 요청을 한 일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독자 법안을 제시하기도 한 가족대책위 측은 “우리는 진상규명을 철저히 할 수 있는 특별법안을 바랄 뿐 의·사상자 지정은 전혀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측에서 요청한 세월호 특별법 ‘4·16 특별법’의 조항엔 희생자에게 의사상자 지정을 해달라는 요청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전해철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여론과 당 내부의 자체적 논의를 통해 발의한 법안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는데, 관련 발언은 지난 5월 12일자 박범계 원내대변인의 오전 현안 브리핑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오해 소지 만든 당사자들 애매한 입장

박범계 대변인은 “유가족 대표단은 박영선 원내대표에게 첫째 가족에 대한 생계지원, 특히 유가족들의 상당수가 비정규직과 일용직인 점을 감안해서 이 부분에 대한 강력한 대책을 요구한다”면서 “(중략) 다섯 번째,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의사자 지정 여섯 번째, 실종자들에 대한 적극적 구조대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 대변인은 22일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안산 합동 분양소에서 박영선 원내대표 등과의 자리에서 두 세 유가족정도가 여러 가지 근거를 들며 의사상자로 지정해달라고 말한바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 같은 입장에 대한 근거를 묻는 질문에는 자세한 답변을 피했다.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한 전해철 의원은 지난 5월 29일자 관련 보도자료에서 ‘의사상자 지정문제가 유가족들이 매우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최근에는 “일부 유가족들이 의사상자 지정을 요구했다”고 한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편 전 의원 대표발의 법안을 보면 제4항 피해자 지원 제46조(세월호 의사상자)에 ①정부는 희생자 전원을 세월호 의사자로 인정하여 예우하여야 한다 ②정부는 피해자에 대하여 세월호 의상자로 인정하여 예우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 조항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사상자’와는 별개의 개념인 ‘세월호 의사자’와 ‘세월호 의상자’라는 개념을 새로 만든 것으로, 같은 조 3항에서 ‘제1항에 따른 세월호 의사자와 제2항에 따른 세월호 의상자 인정범위·지원방법,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해 기존 ‘의사상자’와는 전혀 별개의 예우 수준을 대통령이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