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비리랜드’ ‘수장 무덤’ 오명

김진모 사장 사표 제출, 역대 사장들도 비리에 연루 옷 벗어

2006-11-27     이혁준 기자

김진모 강원랜드 사장이 결국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11월 22일 사표를 제출했다. 김 사장은 내년 2월 3일까지 업무를 하길 원했으나,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이하 산자위)가 김 사장의 조기 퇴진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사장의 임기는 2006년 9월이다. 그간 강원랜드 안팎에서는 김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산업자원부 특별조사 결과 강원랜드의 각종 비리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김 사장에 대한 퇴진 압력은 더욱 거셌다. 이에 폐광지역 주민들이 정치권에 좌지우지되는 강원랜드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겠냐며 반발하고 있어 김 사장의 사표 제출 파장이 정치권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강원랜드의 부정부패 의혹 등이 강하게 제기된 이후 강원랜드에 대한 산자부의 특별조사rk 벌어졌다. 그 결과 강원랜드 임직원들의 도덕불감증은 ‘공정, 투명한 정도경영’이란 경영이념을 무색케 했다. 비리 유형은 카지노 업장 내 현금 절취, 고객카드 임의 발급 및 사용, 금품 수수 등 다양했다. 특히 일명 ‘쓰리 정’ 사건의 경우 고객이 잘못 지불한 수표를 돌려주지 않고 여직원 셋이 1천600만원의 잔액을 나눠 챙기기까지 했다. 이들은 2003년 말 모두 면직 조치됐다. 지난해 8월엔 고객이 카지노를 이용한 액수만큼 적립해주는 일종의 마일리지, 콤프(Comp) 120여만원 어치를 직원 정모씨가 호텔 객실료 지불 등으로 유용했다. 콤프 비리의 경우 테이블영업팀 고위급 직원들 사이에서 집단적으로 이뤄져 충격을 더한다. 강원랜드는 2002년부터 최근 4년 동안 직문 관련 비리로 59명의 임직원이 직무 관련 비리로 징계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자부 조사 결과, 인사 관련 의혹도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중징계를 받고도 4개월 뒤 본부장으로 승진하는가 하면 친인척을 직원으로 채용한 간부도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사채 알선을 주도한 직원은 견책 수준으로 징계를 처분하는데 그쳤다. 또 업무 수행 능력 부족 등의 이유로 해임된 본부장이 부당해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1심 판결 결과 회사가 5억 2천만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태이다. 발주공사와 관련해서도 메인카지노 호텔, 골프장 등의 설계를 자주 변경해 수백억원의 예산 낭비를 초래했고, 2004년엔 정휘개발 소유의 토지매입계약 과정에서 수억원을 선지급해 특혜의혹이 제기됐다. 사장도 한통속=이렇게 비리로 얼룩진 강원랜드엔 사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강원랜드 역대 사장 4명 중 임기를 채운 사람은 단 한 사람 뿐이다. 1대 서병기 전 사장은 인사비리 잡음으로 1년 2개월 만에 물러나야 했고, 3대 오강현 전 사장도 1년 만에 물러났다. 그나마 3년 임기를 채운 2대 김광식 전 사장도 결국 금품수수혐의로 구속됐다. 4대 김진모 사장 역시 자신의 부인을 고객으로 간주해 사내접대비로 처리해 해당금액 환수조치를 요구 받았다. 일각에서는 김 사장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어 김 사장의 조기 퇴진이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김 사장 역시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표를 제출했지만, 2월 임시 국회가 열리기 전까지 추진해온 업무를 마무리하고 퇴임하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폐광지역 주민들도 그동안 누적된 문제를 사장 퇴진으론 해결하기 보다는 강원랜드 전반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삼성경제연구소컨소시엄은 강원랜드는 “주인이 없는, 그러나 주인이 많아 강원랜드의 역할에 대한 주주 지역간 이해 갈등이 확대됐다”며 낙하산 인사 등 갈등을 일으키는 지배 및 인력 구조, 현실 안주, 변화불감증의 조직문화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도박장에서 종합리조트 거듭날까? =한편, 강원랜드는 단순한 카지노를 벗어나 종합리조트로 거듭나려 노력 중이다. 카지노의 수익을 기반으로 올 3분기 매출액 2천400억원, 영업이익 1천25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50%를 넘었다. 7월에 18홀 골프장을 개장했고, 내년 중에 스키장과 콘도시설을 완공할 예정이다.

골프장, 스키장으로 도박장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고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종합리조트의 면모를 갖추는 동시에 실적도 올리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본업인 카지노도 현재 132대의 테이블을 운영하고 있는데 2007년에는 68대 정도를 증설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사회적 기업으로의 변신이 절실하다며 의사결정도 정치권보다는 전문경영인과 이사회에 맡겨야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강변했다. 원기준 광산지역사회연구 소장 역시 카지노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인사시스템을 정착시켜 자질이 의심스러운 직원은 사전에 걸러내야 한다며 사실상 대주주인 산자부가 전문성과 청렴성 위주로 임원을 임명할 것을 요구했다. 강원랜드가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종합리조트로 거듭날 수 있을지, 김사장이 2월까지 업무를 계속할 수 있을지 정치권과 강원랜드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