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 재선출 욕심에 조합장 비리 방관”

노조 “회장 선출권 조합장에 있어 ‘눈치’”...내부 감사는 ‘무용지물’

2015-07-29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이 개인적 이득을 위해 공금을 유용한 지역 단위 조합장에 대한 감사 요구를 지속적으로 묵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노조 측은 개별 조합장들이 중앙회 회장 선출권을 가지고 있어, 중앙회 측이 이들 조합장에 대한 감사 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감사 이후에도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있다며 최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전국사무금융연맹 농·축협지부 노조원들은 29일 오전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서산 축협에서 발생하고 있는 조합장 공금유용 및 비리를 중앙회 차원에서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이윤경 축협노조 위원장은 이날 “현재 서산 축협에서는 조합장 부인이 하나로 마트에서 개인 물품을 외상으로 구매한 뒤 조합 공금으로 이를 갚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공금유용 행위가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조합 구성원들이 이에 대한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며 중앙회 측에 감사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중앙회는 이를 지속적으로 묵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문제는 이 같은 공금유용을 저지른 해당 조합장이 과거에도 카드깡 비리에 연루된 바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 있다.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조합장은 지난해 8월 카드깡으로 축협법인 카드에서 3년 여간 145회에 걸쳐 6180여만원을 빼내 당시 해당 조합에 상무로 근무중이던 남모씨와 나눠썼다가 적발된 인물이다. 그러나 사건 당시 농협중앙회는 기소유예된 조합장은 자리보전을 시켰고, 업무상횡령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남씨는 감봉 3개월 처분만을 내려 ‘봐주기’ 논란에 불씨를 지폈다.이후 축협 측은 해당 인물이 카드깡에 대해서는 이미 사법처리를 받은 만큼 별다른 문제가 없다며 같은 해 9월 15일 당시 상무였던 임씨를 전무로 승진시키기까지 했다.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3년이 넘는 기간 동안의 불법행위는 도덕성의 문제이자 명백한 범법행위인 만큼 해당 직원에 대한 직위해제가 필요하다고 지금까지 주장해 왔으나 해당 인물들은 지금까지 서산 축협에 남아 같은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며 중앙회 측이 지역 단위에 대한 관리 기능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노조는 중앙회의 감사기능이 무용지물로 전락한 근본원인으로 농협중앙회 회장을 조합장들이 선출하게 되어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자신을 뽑고, 또 뽑을 조합장들에 대해 중앙회 회장이 강한 처벌을 원하지 않아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이 위원장은 “선출직인 농협중앙회 회장은 비리 사실을 인지한다 해도 조합장들의 징계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면서 “이런 중앙회와 조합장의 끈끈한 밀월 관계 속에서 지역 단위 조합은 철저하게 망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한편 이 같은 노조의 지적에 대해 농협중앙회 측은 사실과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노조 측의 감사 요구에 대해서는 검토 후 일정에 따라 추후 진행할 예정이고, 내부적으로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노조측에서는 이런 일정을 무시하고 ‘당장’ 감사를 시작하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또 카드깡 임원의 솜방망이 처벌 및 승진건에 대해서는 “조합장과 해당 전무의 행위는 이미 법적으로 처벌이 된 상황이고, 내부 징계 역시 법적 처리 결과에 따라 내규에 맞게 내려진 것인데 여기에 대해 처벌 강도가 약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그러나 해당 단위 조합에서는 현재 공문은 물론이고 감사에 관한 구두 약속 조차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이 위원장은 “해당 단위는 지속적으로 시정요구를 해 왔음에도 중앙회 측의 답변은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며 “만일 어떤식으로건 내부적인 조율이 있었다면 기자회견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검찰 기소된 인물을 승진까지 시키고, 같은 문제를 반복함에도 이를 해결치 못하는 상황인 만큼 내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인데 이에 대해 ‘내규를 지켰으니 문제없다’고 답하는 것은 동문서답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