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SEXY BAR’ 영업은 'CASINO'

경찰, 강남 일대 불법 카지노 대대적 단속

2006-11-28     홍세기 기자
연예인 불법 카지노 출입 파문 이후 경찰의 대대적인 불법 카지노 단속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신정환의 구속에 대해 일부 연예 기자들은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라고 할 만큼 일부 연예인들의 불법 카지노 출입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비단 연예인들 뿐만 아니라 일부 사회 유명 인사들도 불법 카지노를 출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기자는 지난 11월 23일 서울 강남경찰서의 불법 카지노 단속에서 적발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C 카지노바를 찾았다. 문은 굳게 잠겨져 있고, 문 앞엔 개점을 축하하는 화한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업주 송모(47)씨는 100평 규모의 업소를 음식점으로 신고하고 10월 초부터 불법 카지노 영업을 하다가 신고에 의해 들통 났다. 9층 규모의 건물 지하 1층에 위치한 C 카지노바는 언뜻 보기에도 술집이라기보다는 도박장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인근 고등학교와 200미터, 주택가와는 100미터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상가 밀집 지역에 위치한 C 카지노바는 건물 1층 입구에 세워진 입간판부터 카지노 바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이한 점은 대로상에서 보이는 2층 높이에 설치한 간판에 C SEXY BAR라고 쓰여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입구에 들어서면 업소명은 바로 C SEXY & CASINO BAR로 바뀐다. 당연히 카지노를 하는 업소이며 불법 도박을 주선했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지만 정작 업소와 같은 층을 쓰는 식당 주인은 불법 영업을 하는 줄 몰랐다고 펄쩍 뛰었다. 식당 주인은 “(송씨가) 손님들이 양주를 마시면 금액만큼 칩을 주고 카지노 게임을 한다고 해서 손님들이 당구를 칠 수 있게 당구대를 놓는 것처럼 바카라나 블랙잭 테이블을 설치한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경찰 조사에 의하면 불법 카지노바는 단속을 교묘히 속이기 위해 환전소를 건물 밖이나 건물 내 다른 층에 두지만 C 카지노의 경우 업소 내에 환전소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불법 카지노 업소가 점점 대담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찰에 따르면 불법 카지노바의 영업시간은 대개 저녁 6시부터 익일 오전 6시까지다. C 카지노바의 새벽 2시 경에 단속이 이뤄졌으며, 평일 늦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손님 11명이 검거됐다. 이날 검거된 손님은 자영업자, 회사원, 무직자로 구성된 30, 40대로 현재 송씨와 종업원 남모씨 등 18명과 함께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이 파악한 불법 카지노 업소는 강남 일대에만 20여 곳, 카지노 업계 종사자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400여 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은 카지노 업소를 차리고 싶어도 딜러를 구하질 못할 정도로 카지노 바는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경찰청은 21일부터 두 달 동안 문화관광부, 국세청과 함께 카지노바 등 불법사행성 게임장을 특별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강남경찰서 담당 형사는 “손님에 따라 도박에 거는 액수는 다양하다. 도박 한판에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까지다”면서 “단속된 업소에서도 대개가 현금은 2천만원 이상, 게임칩은 5천만원 이상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 단속된 R 카지노바의 경우 게임칩만 4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손님의 유형도 유학생, 회사원, 자영업자, 무직자, 전문직 등 다양하다”면서 “하지만 도박의 대가는 처참하다. 손님의 경우 초범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상습범일 경우 업주와 같은 형량인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다. 물론 도박죄로 전과도 생긴다. 회사원, 학생 등에겐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고 도박의 폐해를 지적했다. 이처럼 불법 카지노가 기승을 부리면서 폐해가 심화되자 정부는 앞으로 성인 오락실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3년 단위로 재허가를 받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심의를 받은 게임이라도 사행성이 과도하다고 보이면 재심의를 받도록 해 ‘스크린 경마’나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게임들도 재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성인 오락실의 심야시간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행정조치를 영업정지 위주로 해 처벌 수준을 강화하는 등 규제의 강도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사실상 불법 도박과의 전면전 선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단속 결과는 제주 14곳, 서울 강남 일대 10여 곳 등이다. 한편,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주차관리원은“C 카지노를 찾는 사람들은 대개 고급 외제차와 고급 세단 소유자들 이었다”면서 “건물 뒤에 위치한 주차 타워는 2천500cc 이 승용차만 주차가 가능한데 C 카지노를 찾은 손님 중 이 주차 타워에 주차를 시킨 손님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한쪽에선 농민들이 쌀값 하락을 걱정하며 쌀을 태우며 시위를 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선 많게는 한번에 수백만원을 걸고 도박을 하는 세태에선 사회적 양극화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단속과 경찰의 수사로 불법 도박이 뿌리 뽑아야한다”고 말했다. <심층취재, 실시간뉴스 매일일보 / www.sisaseoul.com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