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13년간 병원서 지냈던 소년 가이드북 제작

복지행정 공유 위해 전국 지자체에 배포 '화제'

2015-08-05     나태용 기자

[매일일보 나태용 기자]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이름도 없이 13년간 병원에서 지냈던 한 소년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방법을 묶은 책이 발간돼 화제다.

광진구가‘장기입원행려환자의 시설전환 가이드북’을 발간해 이달 중 전국 지자체에 무료로 배포한다.구는 지난해 주민등록 없이 서울 어린이병원에 13년간 무연고 행려환자로 장기 입원해있던 장애 아동을 장애인 복지시설로 전환시켜 아동의 인권보호와 성장권 보호측면에서 새로운 기틀을 마련한 바 있다.이에 이 사례는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의료급여우수사례관리 공모전’에서‘기관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그 후 전국 지자체에서 주민등록이 없는 행려환자의 시설 전환에 대한 행정절차를 묻는 문의가 많아, 정보공유의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담당공무원들이 쉽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전국 최초로 행려환자의 시설 전환과정을 매뉴얼화 한 가이드북을 제작하게 됐다.소년은 지난 2001년 광진구의 한 골목길에 버려진 채 발견돼, 행려환자관리번호만 있었을 뿐 주민번호가 없이 서울 어린이병원에 13년 동안 장기 입원해 있었다.소년이 병원을 나와 복지시설에 입소하려면 우선 주민등록이 필요했다. 이름이 없는 소년이 주민등록을 신청하기 위해선 성과 본을 새롭게 만들어주는 절차가 필요했다. 직원들은 선례가 없었기에 정부기관, 산하단체, 복지시설 등에 백방으로 수소문하며 방법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먼저 구는 법원에서 성·본 창설허가를 받아, 소년이 처음 발견됐던 장소인‘광진’을 본 따‘광진 정(廣津 鄭)’씨라는 성·본을 창설하고 이름을 지어줬다. 이후 주민등록을 신청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전환시켜 장애 등록을 한 후 생활시설에 입소시킬 수 있었다.가이드북에는 △ 책자를 만든 제작 배경에서부터 △ 사례관리의 필요성과 추진 근거 △ 사전조사부터, 입소 시설 및 절차 확인, 주민등록 무등록자의 성·본 창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전환, 장애등록, 생활시설 입소까지 업무처리과정을 6단계로 나눠 상세히 담았다.구는 이달 중 책자 1000부를 제작해 관련 기관에 배부하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PDF파일로 배포할 예정이다.김기동 광진구청장은 “아직도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있는 장애아동들의 숫자가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고 한다”며“이번 가이드북 제작이 현재 현황파악이 되지 않은 전국의 ‘주민등록’없는 무연고 행려환자의 복지향상에 기여하고, 전국 지자체가 공유해 장애 아동의 성장권과 인권을 보호하는 적극적인 복지행정의 모델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