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연이은 제재 연기에 갈등 심화

14일 제재 예정...경영 공백에 회·행장 반목은 여전한 숙제

2015-08-12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연이은 제재 연기로 KB금융의 내·외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오는 14일과 21로 예정된 금융당국의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제재심 결과에 따라 내홍이 장기화 될 가능성도 있다.일각에서는 징계 수위보다는 기약 없이 이어지고 있는 경영 공백과 회·행장의 반목 등으로 인한 업무효율 저하가 더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12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조는 전날부터 여의도 본점과 명동 KB금융 본사에서 금융감독원의 조속한 경영진 제재와 임 회장과 이 행장의 동반 퇴진 등을 요구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현재 임 회장은 전날인 11일부터 이틀 연속 조찬 등 외부 일정 등을 이유로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그러나 노조 측은 이에 상관하지 않고 오는 14일 진행되는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 결과를 주시하면서 이르면 이번 주 주말부터 본격적인 철야 천막농성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KB노조 관계자는 “경영진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가 3개월 동안 지연되면서 직원의 사기 저하와 경영공백이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당분간 투쟁을 이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노조가 강경 투쟁을 선언하게 된 배경에는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경영진에 대한제재 결정을 네 차례나 연기한 금융감독원의 늑장대처가 있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달 24일 임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그동안 세 차례 미뤘던 KB금융 및 국민은행 제재대상자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으나 결국 답을 내지 못하고 이달 14일과 21일로 안건 처리를 또 다시 연기했다.

금융당국은 공식적으로는 소명을 모두 듣고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제재 수위 조율을 위한 시간 끌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제재 결정이 지연되면서 KB금융과 국민은행의 내부 경영 역시 일부 차질을 빚고 있다.국민은행은 지난달 임기 3년을 채운 임원 4명에 대해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계약을 임시 연장하기로 했다. KB투자증권·생명·자산운용·부동산신탁·신용정보 등 5개 계열사 대표도 임기가 만료됐으나 인사 단행 시기는 불투명한 상태다.이 와중 KB자산운용 전임 대표와 임직원 10여명은 친인척 이름을 빌린 차명계좌를 이용해 주식, 선물 등 금융투자 상품을 매매한 것이 금감원에 적발됐다.이미 사상 최악의 카드 정보 유출, 전산시스템 교체 내분, 사외이사 고액보수 논란, 도쿄지점 부당대출, 국민주택채권 횡령 등으로 이미지가 실추된 상황에서 차명계좌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KB금융의 당혹감은 커지고 있다.수면 위로 불거진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갈등 역시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다.일각에서는 낙하산 인사 문제와 하나의 조직에 두 개의 의사결정기구가 존재한다는 점을 해결하지 않을 경우 지주회장과 행장간의 갈등은 반복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CEO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이사회 역시 문제로 꼽히고 있다.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고 금융지주회사법을 현실과 일치시키지 않으면 설령 두 임원이 경징계를 받아 업무에 복귀한다 해도 문제는 재발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