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위의 삼성, 정부 위의 삼성"
떡값검사 출신 이귀남 법무장관의 보은?…경제개혁연대 “이것이 대한민국의 ‘국격’인가”
2009-12-14 김경탁 기자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사면 건의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경제개혁연대가 발끈하고 나섰다.경제개혁연대는 14일 논평을 통해 특경가법상 배임죄와 조세포탈죄를 짓고 유죄 판결이 확정된 지 채 4개월도 지나지 않은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해 법무부가 사면을 검토하고 있다는 데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11일 국회 예결특위 회의에서 한나라당 소속 황영철 의원은 각계에서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사면을 건의하고 있다며, 이를 대통령께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이귀남 장관은 “사면문제는 대통령의 전속적인 권한이나, 법무부가 소관부서이기에 검토하고 있다”며, “신속히 검토를 마치겠다”고 답변했다.경제개혁연대는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김용철 변호사의 2007년 11월 12일 양심고백 당시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검사 명단에 포함되어 있던 인물”이라며, “그런 그가 이건희 전 회장의 사면을 대통령에게 상신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고 강조했다.경제개혁연대는 특히 “법질서 바로세우기 캠페인을 벌이는 등 법치주의 확립에 몰두하고 있는 법무부가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후안무치한 사면 요구에 허둥대며 부응하는 모습은 본분을 망각한 작태”라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노동조합·시민단체·일반서민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원칙(Zero Tolerance)을 고수하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법 위의 삼성’, ‘정부 위의 삼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것일 뿐”이라며, “삼성의 꼭두각시라는 비난을 듣지 않으려면 법무부는 즉각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사면 검토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동계올림픽을 반드시 유치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체육계와 자치단체장은 차치하더라도, 동병상련 격의 재계에 이어 이제는 일부 국회의원까지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사면 요구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라며, “심지어 일부 언론은 사설에서까지 직접 이건희 전 회장의 사면을 촉구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건희 전 회장의 작은 잘못은 덮고, 국가를 위해 큰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인데, 언제부터 배임과 조세포탈이 ‘작은’ 범죄가 되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건희 전 회장은 지난 10여 년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불법승계 문제로 배임 유죄판결을 받았고, 4.5조원의 차명재산 관련 조세포탈죄에 따른 벌금액수만 1100억원에 달하는 중범죄자라고 경제개혁연대는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러한 후안무치한 사면 건의를 이젠 정부까지 나서서 신속하게 검토하겠다니, 이것이야말로 법치주의가 땅에 떨어진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며, “이귀남 장관의 발언 이후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있던 죄를 없던 것으로 할 수 없는 만큼 몸으로든, 돈으로든 대체하는 방안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은 더욱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지적했다.경제개혁연대는 “입법기관이 나서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국민 일반의 사법 불신을 더욱 심화시키려는 것이냐”며,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사면으로 ‘동계올림픽대회 유치’를 장담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도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까지 나서서 중범죄자를 당장 사면해주자고,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주장할 수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경제개혁연대는 “이것이 대한민국의 ‘국격’이다. 수많은 국제 행사를 유치하고, 그를 통해 대한민국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다고 소위 ‘국격’이 향상되는 것이냐”며, “이런 행태야말로 최근 정부와 여당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국격’을 떨어뜨리고, 이명박 대통령이 그토록 염원하는 ‘법치주의 확립’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경제개혁연대는 “법무부는 당장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사면 검토를 중단해야 하며, 이명박 대통령 역시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천명해온 법치주의, 법질서 확립을 위해서라도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사면을 단행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