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의 대부’ 프란치스코 교황, 한국서도 소박·검소
의장대 예포발사 외에 별다른 환영행사 없어…차량도 국산소형차 ‘쏘울’
2015-08-14 이승구 기자
[매일일보 이승구 기자]‘빈자의 대부’라 불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 별칭대로 소박하고 검소한 모습으로 한국에 첫발을 내디뎠다.특히 국가원수급 인사의 방한임에도 불구하고 의장대 20여명이 배치되고 21발의 예포가 발사된 것 외에 대규모 사열이나 환영 행사 등이 열리지 않았고, 의전차량으로 국산 소형차 ‘쏘울’을 선택한 점 등 그의 소박하고 검소함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14일 오전 10시 16분께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한 교황이 탄 알리탈리아 전세기가 활주로를 천천히 한바퀴 돌고 20여분 뒤 공항 측에서 마련한 붉은 카펫이 깔린 하차 계단 앞에 멈춰섰다.문이 열리고 흰색 교황 복장을 입은 교황이 모습을 드러내자 주한교황청 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등이 계단 위로 올라가 교황을 맞이했다.교황은 몸이 불편한 듯 오른손으로 계단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내디뎠지만 입가에는 인자한 미소가 번졌다.한국 땅에 첫발을 내디딘 교황은 아이보리색 상의에 짙은 색 바지 차림의 박근혜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한참동안 인사를 나눈 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최우진(초6), 최승원(초2) 남매가 건넨 꽃다발을 가슴에 안았다.교황은 남매를 껴안고 통역을 통해 “친절해서 고맙고 사랑합니다”라고 말했고, 남매는 “우리는 교황님을 사랑합니다”라고 화답했다.이윽고 의장대를 지나 일렬로 늘어서 자신을 기다리던 30여명의 환영단에게 향한 교황은 한명 한명 손을 잡고 고개 숙여 인사말을 건넸다.이날 교황을 영접한 환영단은 시복대상자 후손, 세월호 유족, 다문화가족, 새터민, 장애인, 노인 등으로 구성됐는데 양복 대신 편안한 옷차림으로 공항에 나와 교황을 맞이하는 감격을 누렸다.일부 환영단은 교황이 도착하기 전부터 감격에 겨운 듯 손수건으로 연신 눈가를 찍어댔다.시복대상자 후손인 권혁문(68·세례명 가스발)씨는 “200여년 전에 고초를 겪으신 조상이 시복대상자로 선정된 것도 감격스러운데 교황을 직접 만나 행복하다”며 “교황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기든 음미하다보면 메시지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세월호 유족 박윤오씨는 “가족의 죽음을 통해 교황을 뵙게 될지 몰랐다”며 “세월호 참사을 일으킨 쪽에서 회개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가슴 아픈 심정을 내비쳤다.새터민 김정현씨는 “교황이 북한을 비롯한 종교가 없는 나라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를 해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환영단과 감격스런 첫 만남을 마친 교황은 오전 10시 45분께 자신이 의전차량으로 선택한 국산소형차 ‘쏘울’을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이날 공항 정문 앞에는 교황 도착 1시간 30분 전인 오전 9시께부터 인근 주민 등 40여명의 인파가 밝은 표정으로 담소를 나누며 교황을 기다렸다.공항 정문 맞은편 왕복 2차로 골목에는 경찰과 소방 등의 차량 50여대가 줄지어 늘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공항 정문에서 청사까지 50여m를 지나는 동안 모두 3차례의 신분 확인을 거칠만큼 경호도 최고 수준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