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하락 기업 11년만에 최대 기록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위주 몰락
2015-08-18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장기 경기침체와 기업 실적 부진 등의 영향으로 올 상반기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 수가 지난 2003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특히 올 상반기 등급 하락은 중소기업이나 투기등급보다는 대규모 기업집단과 투자적격 등급(BBB-이상)에 속했던 대기업군에서 주로 이뤄졌으며 앞으로도 대기업들의 등급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어서 주목된다.18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 수는 32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21개사)보다 11개사가 늘어났다. 이는 한국기업평가가 분·반기 등급 변동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2003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반면 신용등급이 올라간 기업 수는 9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16개사)보다 7개사가 줄었다. 이 역시 11년 만에 최저치다.등급이 떨어진 업체와 올라간 업체 수의 비율을 나타내는 ‘등급 상하향배율’(등급 상향업체 수/등급 하향업체 수)은 지난해 상반기 0.8배에서 올 상반기 0.28배로 급락하면서 상반기 기준으로 2000년대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특히 올해는 등급이 떨어진 32개사 중 투자적격 등급의 업체가 28개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고 투기등급은 4개사에 불과해 등급 하락이 주로 투기등급에서 발생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이중 신용등급이 2단계 이상 떨어진 업체도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7개사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개사가 늘었고 7개사 중 6개사가 대기업인 것으로 파악됐다.또 올 상반기 등급이 하락한 32개사 중 대기업은 30개사에 달했고 대기업의 등급 상하향배율은 지난해 상반기 1.2배에서 올 상반기엔 0.2배로 급락하며 역대 최저 수준을 보였다.더구나 앞으로 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부정적’(Negative) 전망(부정적 검토 포함) 부여 업체 24개사 중 1개사를 뺀 23개사가 모두 대기업이어서 앞으로 대기업 중에서 신용등급이 추가 하락하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큰 상태다.업종별로는 등급 상승이 제조업(6개사), 서비스업(3개사)에서 발생했고 하락은 제조(13개사), 서비스(13개사), 금융(6개사)에 고르게 분포됐으나 예년보다 금융업체가 늘었다.또 최근엔 업황의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건설과 조선, 해운 등 취약업종 외에 철강과 일반기계, 화학 등 경기민감 업종에서도 등급하락 위험이 커지는 추세가 나타났다.한기평의 송태준 전문위원과 홍성범 수석연구원은 “최근 대기업군의 등급하락 빈도가 높아진 것은 대규모기업집단에 속한 업종 대표기업이라도 업황 악화에 따른 등급하락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