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세월호 이후 ‘국민 자긍심’ 반토막
‘국가가 나 지켜줄 것’ 46.8%→7.7%…“어른 지시보다 내 판단” 53%
고2 대상 조사,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에 대한 자긍심’ 61%→24.9%
2015-08-21 한아람 기자
[매일일보 한아람 기자] 이른바 ‘세월호 세대’라 불리는 우리나라 2학년 고교생 2명 중 1명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사고에 직면했을 때 교사나 현장 책임자의 지시보다는 자기 판단에 따라 행동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긍심'은 절반이 넘게 추락했다.전국교직원노동조합는 산하 참교육연구소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가 공동으로 수도권 고 2학생 1051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15일~25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세월호와 같은 급작스런 사고로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경우 대처방법을 묻는 질문에 53.2%의 학생들이 ‘내 판단에 따라 행동할 것 같다’고 답했다.‘현장 책임자의 지시에 따를 것 같다’는 8.5%, ‘인솔자인 교사의 말을 따르게 될 것 같다’는 응답은 15.9%에 그쳤다. ‘친구들과 의논해 함께 결정할 것 같다’는 22.4%였다.‘가만히 있으라’라는 선장의 지시로 많은 학생이 희생된 점과 세월호와 관련된 각종 해운 비리들이 드러나는 것을 지켜보며 기성세대에 대한 짙은 불신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이 같은 불신은 국가와 사회 시스템 전반으로 번졌다. 여야 간 정쟁으로 세월호 특별법이 참사 이후 단 한걸음도 진전되지 못한 가운데, 고교 2학년생 10명 중 9명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비관적’인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철저하고 성역 없는 진상규명’에 대해 학생들 중 91.2%가 ‘비관적’이라고 답했으며, ‘지위 고하를 막론한 책임자 처벌’이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확립’에 대한 질문 역시 ‘비관적’이라는 답이 각각 86.2%, 86.5%로 압도적인 것으로 조사됐다.아울러 고2학생들은 세월호 참사 전후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에 대한 자긍심’이 61%에서 24.9%로 크게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또 ‘내가 위기에 처할 때 국가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은 46.8% → 7.7%, ‘사회지도층들이 리더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믿음은 26.2%→6.8%, ‘부정부패가 철저히 감시되고 사라지고 있다’는 믿음은 17.8%→6%로 수직 하강했다.‘내가 위기에 처할 때 주위사람들이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도 66.4%→ 36.1%로 떨어지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희생자 또래인 고교생사이에 전반적으로 사회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함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