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조기 정상화에 임원진 노력해야
임영록 회장·이건호 행장 앙금 털고 경영에 올인
2015-08-24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나란히 경징계를 받으면서 KB금융그룹이 최악의 경영공백을 모면하게 됐다.그러나 징계 획정이 두 달여에 걸쳐 지연되면서 처리되지 못한 각종 주요 안건들은 여전한 숙제로 남아있다.일각에서는 내홍이 하루빨리 봉합될 수 있도록 임 회장과 이 행장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소통과 화합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금융감독원은 여섯 번째 개최된 이날 제재심에서 두 수장에 대한 징계를 ‘경징계’로 확정했다.당초 임 회장은 주전산기 교체 갈등건과 국민카드 정보유출 건에 대한 관리 책임으로 각각 중징계를, 이 행장은 주선산기 교체 갈등건과 도쿄지점 부당대출, 직원들의 국민주택 기금횡령 건으로 중징계를 통보 받은 바 있다.그러나 금융당국은 임 회장과 이 행장이 이 같은 문제의 행위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과 문제 발생 사항을 곧바로 금감원에 보고했다는 점을 감경사유로 판단했다.이렇듯 징계리스크가 사라지면서 KB금융은 산적한 미해결 과제에 집중할 수 있게됐다.이 행장은 경징계가 확정된 지난 22일 “주 전산기 교체 문제를 경영의 최우선 순위로 놓고 이사진과 논의해 풀어나가겠다”며 “결론이 난 만큼 앞으로 잘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는 기대와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노조와의 갈등에 대해서는 “오해에서 비롯된 일인 만큼 점차 해결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며, 일부 미뤄진 인사에 대해서는 “수순에 따라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실제 징계리스크로 지연된 임직원 인사는 적지 않다. 국민은행의 경우 리스크관리본부장과 상품본부장 등 본부장 4명의 임기가 끝났으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인사가 미뤄졌다. KB투자증권과 생명,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신용정보 등 5개 계열사 대표 역시 임기가 끝났음에도 후임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경영공백이 장기화 되면서 저하된 영업력 회복과 브랜드 신뢰 회복 역시 주요 과제로 손꼽히고 있다.국민은행의 경우 임직원 100여명이 징계를 통보받으면서 임직원들이 영업보다는 징계 수위 경감에 몰두하면서 영업력이 상당부분 위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우리, 신한, 농협 등 경쟁 은행들이 지난해 말부터 올 6월 말 사이 예금점유율을 0.1~0.6%포인트(p) 늘린 사이 국민은행의 예금점유율은 0.4%p 하락했다. 대출 점유율도 같은 기간 19.6%에서 19.4%로 낮아졌다.템플스테이로 소통의 장 마련...“도약 기회 삼을 것”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과제는 경영진 간의 갈등 및 내분의 봉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KB사태를 촉발시킨 것은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집안싸움’이었기 때문이다.실제 화합과 단결을 바라는 KB금융 안팎의 목소리에 따라 임 회장과 이 행장 등 KB금융 경영진들은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백련사로 1박 2일 일정의 템플스테이를 떠나기도 했다.빠른 경영 정상화를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에서 KB 경영진들은 예불, 공양, 108배, 참선, 스님과의 대화, 숲길 명상 등으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을 통해 그간 사태에 대한 자성의 시간을 갖고 재도약의 의지를 다졌다.이날 행사에서 임 회장은 갈등 사태 등을 추스르고 KB금융의 전 임원들과 소통과 화합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임 회장은 “임원들과 함께 한마음으로 바로잡는 일정을 진행하려고 한다”며 “전 임원이 모여 소통과 화합하고 최근 어려운 일들을 추스르자는 마음 자세로 모였다”고 말했다.템플스테이에 함께 참석한 이 행장 역시 “은행 인사와 관련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물갈이’ 인사나 보복성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혀 화합 분위기에 화답했다.이번 템플스테이에는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KB투자증권, KB생명보험, KB자산운용, KB캐피탈, KB저축은행, KB부동산신탁, KB인베스트먼트, KB신용정보, KB데이타시스템 등 전 계열사 대표와 경영진이 참석해 통합과 치유의 리더십에 관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KB금융의 한 관계자는 “전 경영진이 대동단결해 한걸음 더 도약해 나갈 계기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직원들의 기대감도 높다”며 “지금까지의 내홍을 딛고 한 걸음 더 도약해 나갈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