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민단체 “이건희 사면 반대” 공동성명
“정·재계, 체육계 요구, 어떠한 명분으로도 납득될 수 없어”
2010-12-16 김경탁 기자
경제개혁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문화연대, 참여연대, 체육시민연대, 함께 하는 시민행동 등 주요 시민단체들이 15일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 사면을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와 강원도의회를 시작으로 지난 11월부터 정·재계와 체육계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이건희 삼성 전 회장의 사면·복권을 요구하고 있다.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사면이 시기상조라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재계와 체육계는“국익적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고 이에 대해 지난 12월 11일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국회 예결위에서 “소관부처로서 사면건의를 검토하고 있고, 신속히 검토를 마치겠다”고 하였다. 시민단체들은 “우리는 이들의 이와 같은 요구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은 법앞의 평등이라는 기본 가치와 형사사법제도를 훼손하고, 특히 법집행에 있어 사회적 특권층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건희 전 회장은 현재 집행유예 기간에 있는 범법자”라고 지적했다. 이 전 회장은 경영권을 불법적으로 승계하기 위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차명계좌 운용 등 각종 편법과 탈법으로 부당한 이익을 챙겨왔고, 지난 8월 사법부는 그에게 배임 및 조세포탈죄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했다. 시민단체들은 “한국사회를 대표하는 기업의 총수가 벌인 이러한 범죄행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당시 사법부는 이건희 전 회장에게 집행유예라는 특혜를 부여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것만으로는 그의 죄를 덮어주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이들은 “확정 판결이 선고된 지 이제 겨우 4개월밖에 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이제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명분으로 정·재계와 체육계가 앞장서서 그의 죄에 면죄부까지 주려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히 법치주의에 위배되는 것일 뿐 아니라 법체계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져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시민단체들은 “법치주의는 특정한 집단의 자의에 의한 지배가 아닌 합리적이고 공공적인 규칙에 의한 지배를 통해 공정한 사회적 체계를 이루고, 사회적 갈등을 해결해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데 힘없는 국민들에게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조차 무시하면서까지 법치주의의 원칙을 들이대면서 특정 기업 총수에게는 끊임없이 특혜를 부여하고, 지은 죄마저도 면해주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우리 사회가 지켜가야 할 가치와 원칙을 스스로 져버리는 것”이라고 시민단체들은 지적했다. 만약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명분으로 정부가 이건희 전 회장에게 ‘사면’이라는 면죄부를 준다면, 이는 매우 부당한 처사로, 특히 “법 앞에서 만인은 평등해야 한다”는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훼손하고, 사회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할 뿐이라는 것다. 시민단체들은 또한 이로 인해 향후에도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현재의 정·재계, 체육계의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사면 요구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국민들에게 납득될 수 없다”며, “지금 논의되고 있는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사면 논의는 재벌 총수에 대한 특혜일 뿐, 우리 사회와 국민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와 요구가 아니”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건희 전 회장의 사면에 대한 반대는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원칙과 상실을 상실하지 않기 위함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