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한국기업 발목 잡다
원화강세 현상 지속되면서 기업 채산성 ‘빨간불’
환율변동 안정적 관리, 수출금융·세제지원 필요
2015-08-27 이한듬·최수진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최수진 기자] 원·엔 환율이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경기침체로 인한 실적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 엔저를 등에 입은 일본 기업들과의 경쟁심화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원·엔 환율은 27일 100엔당 974.92원으로 전일보다 4원 떨어졌다. 원·엔 환율은 2008년 8월 25일 100엔당 960.16원을 기록한 이후 6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원·엔 환율은 지난 8일 100엔당 1017.48원에서 20일새 무려 42.56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엔저의 여파가 심화될수록 우리 기업들이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삼성전자는 중국발 저가 스마트폰과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엔저공습에 힘입은 일본기업들과도 출혈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삼성전자는 분기 기준으로 보유한 통화의 환율이 10% 하락하면 7300억 원의 순이익이 감소하는데, 엔저가 지속될 경우 3분기에도 어닝쇼크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달 미국 판매량이 3.7%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11%나 증가한 일본기업들의 성장세를 따라잡지 못했다.제조업 전반에 걸쳐서도 원화강세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산업연구원(KIET)이 최근 국내 제조업체 311개사를 대상으로 원화강세에 따른 영향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기업의 75%가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고 14%는 ‘원화강세가 지속될 경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응답했다.특히 이미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한 기업들 가운데 절반가량인 36.7%는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업종별로는 정밀기계, 전자, 화학, 운송장비 등에서 ‘이미 영향’이라고 답한 기업이 가장 많았으며 ‘상당한 영향’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정밀기계(50%), 전자(45%), 운송장비(43.6%) 순이었다.기업 규모별로는 ‘상당한 영향’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대기업은 27.4%인 반면 중소기업은 39%로 나타나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더 컸다.원화강세가 제조업체에 미치는 주된 영향은 ‘채산성 악화’(77.8%)가 지배적이었다. 엔저로 이익이 증가한 일본 기업들이 수출 가격을 인하하면 우리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업종별로는 기계(88.9%), 정밀기계(86.4%), 운송장비(84.4%), 화학(80%) 순으로 채산성 악화를 지목했다.수출감소를 주된 영향으로 응답한 기업은 기타제조업(14.3%), 전자(13.2%), 섬유(12.5%), 운송장비(11.1%) 순이었다.업계에서는 엔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환율의 안정적 관리와 기업에 대한 수출금융·세제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환율을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은 지났다”며 “환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 기업들이 대응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정부에서 급락을 막는 조치를 취해주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장항식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기업들이 수출 계약 과정에서 환율 변동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환율 변동을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급변하지 않게 조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장 연구원은 또 “원화강세, 엔화약세 따른 가장 큰 문제는 중소기업의 가격경쟁력 약화”라며 “경영 합리화나 생산 시장 해외 이전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