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해외직구’ 내수경기 망친다
해외직접구매액 2조원대로 급팽창…TV 직구 연말까지 2만대 규모
내수경기 위축 가속…삼성·LG·유통업체 등 가격 신뢰 구축해야
2014-08-28 최수진 기자
[매일일보 최수진 기자] 소비자들이 동일한 제품을 국내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해외직구 열풍이 불면서 시장이 급증하고 있다.
반면 배송지연· 분실과 함께 내수경기 위축이라는 부작용도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직구 건수는 지난 2010년 357만9000건, 2012년 794만4000건, 지난해 1115만9000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해외직구 시장도 지난 2010년 2742억원에서 2012년 7072억원, 2013년 1조400억원으로 3년새 5배이상 늘어났다.
지난 4월 현재 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면서 올해에는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몇개 해외 사이트들은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해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직구 ‘러시’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해외직구 이용이 국내에 출시되지 않는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서였지만 최근에는 저렴한 가격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평균 30% 정도 해외직구가 싼 것으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송비 관세 등을 포함해도 평균 28.5% 정도 저렴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에는 TV가 인기품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11년 184대, 2012년 228대 였던 TV 해외직구는 지난해 3450대로 1년만에 15배가 늘더니 올들어 7월까지 1만2041대를 기록했다. 연말까지 2만대 이상의 TV가 들어올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전자의 60인치 UHD TV(UN60HU8550)는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는 2798달러(284만원)에 팔고 있는데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411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관세 8%와 부가가치세 10%를 더해도 3324달러(337만원)이며, 배송료 15만원, 배송시 파손 보험료 3만원, 제품구입보증서 27만원을 더해도 382만원으로 30만원 가량 싸다.
LG전자의 제품도 비슷하다. LG전자의 65인치 UHD TV(65LA9650)는 아마존에서 관세와 부가세를 포함해 2851달러(289만원)로 해외배송료, 보험료, 제품보증서 등을 더해도 약 328만원이다. 국내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최저가가 421만원대다. 무려 100만원 가량 저렴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가세 등을 합쳐도 국내 시가보다 저렴하니 소비자들이 해외직구로 시선을 돌리는 게 당연하다”며 “의류, 잡화 등 다양한 제품이 해외직구로 들어오고 있지만 최근에는 TV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브랜드 자동차 수요도 급격하게 늘면서 자동차의 부품과 더불어 수입중고차도 해외직구로 구매하고 있다.
지난 5월까지 해외 직구를 통해 수입된 차량은 17대로 아직 양이 적은 편이지만 국내에서 구매하기 힘든 다양한 차종을 구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수입된 17대 차량은 모두 1000cc 미만의 경차다.
관세청 관계자는 “수입차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해외직구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며 “차 배기량 크기와 모델에 따라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1000만원 이상 싼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은 해외직구 증가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해외직구를 통한 구매가 국내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의 가격은 시장 규모에 따라 정해지는데 미국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이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스타벅스 커피가 미국보다 한국이 2배가량 비싼 것도 이와 같은 논리”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해외직구를 통한 구매가 지속적으로 증가해서 국내 시장의 5~10%를 점유할 경우 삼성이나 LG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해외직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해외직구로 인해 ‘불만·피해경험이 있는’ 소비자가 1000명 중 402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제품의 배송지연, 오배송, 분실 등이 가장 많이 꼽혔다. 반품 시 배송료가 훨씬 비싸 쉽게 반품하기 어렵다는 점도 제기됐다.
또한 해외직구 이용자의 10.5%가 현금결제를 이용하고 있는데 현금결제는 지불 후 판매자 연락두절, 사이트 폐쇄, 미배송 등과 같은 피해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전문가들은 해외직구의 급증현상에 대해 ‘내수 경기 위축’을 우려했다.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내수 경기가 얼어붙은 와중에 국내 소비가 해외로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가 늘면 자영업자들의 소득과 매출이 증가하지만 해외직구가 활성화되면 도소매업이 위축된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소득이 증가한다고 내수가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다”며 “제품의 가격이나 서비스, 질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해외에서 직접 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내수를 지키기 위해서는 유통 문제를 쇄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소수 수입업체의 의한 독점적 유통구조나 백화점의 유통 관행이 존재하는 한 해외직구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해외직구 열풍을 국내 유통 시장을 쇄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