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점포 1년새 270개 증발…외환위기 후 최대규모

은행원도 수백명씩 감축…‘소리없는 구조조정’에 노조 “총파업”

2015-09-02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1년 새 은행 점포 중 전체의 5%에 해당하는 270개가 폐쇄됐다. 20곳 중 1곳 꼴로 문을 닫은 셈이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 5개 은행이 구조조정으로 사라진 이래 가장 큰 규모다.점포 감축에 맞춰 은행원도 속속 짐을 싸고 있다. 500~600명이 줄어든 외국계 은행뿐 아니라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100~200명 안팎씩 감소했다.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기업·외환·한국SC·한국씨티 등 9개 시중은행의 국내 점포는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5101개다.지난해 6월 말 이들 은행의 점포는 5370개였다. 1년 만에 269개(5.0%) 점포가 사라졌다.‘채널 합리화’를 내세워 점포 축소에 적극적으로 나선 씨티은행이 203개에서 134개로 69개를 줄였고, 같은 외국계인 SC은행도 361개에서 311개로 50개 감축했다.점포 감축은 한국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하나은행이 650개를 607개로 43개 줄였고, 국민은행(1198개→1157개)과 신한은행(937개→896개)도 41개씩 줄였다.은행들은 점포 축소보다 규모는 상대적으로 덜 하지만, 인력도 조금씩 줄이고 있다.씨티은행은 이 기간 4229명에서 3587명으로 642명(15.2%), SC은행은 5605명에서 5146명으로 459명(8.2%)의 직원이 감소했다.8036명에서 7829명으로 207명 줄어든 외환은행은 전날 외환카드 분사로 587명(7.3%)이 줄게 됐다.이 밖에 국민(2만1572명→2만1396명, -176명), 신한(1만4650명→1만4590명, -60명), 하나(9400명→9280명, -120명)은행도 직원이 줄었다.최근 1년간 떠들썩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이뤄진 점포·인력 구조조정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에 불어닥친 구조조정 이후 가장 규모가 크다.대동·동화·동남·경기·충청 등 5개 군소 은행이 한꺼번에 퇴출당하면서 1997년 말 7643개인 은행 점포는 1998년 말 6662개로 981개(12.8%) 감소했다.당시 은행원도 11만4619명에서 7만5604명으로 3만9015명(33.7%)이 줄어든 바 있다.은행권의 점포·인력 축소는 비용 절감과 금융 환경의 변화 등 두 가지 측면에서 배경을 찾을 수 있다.국민(국민+주택), 우리(상업+한일), 신한(신한+조흥), 하나(하나+서울+보람) 등 주요 시중은행은 과거 인수·합병에도 점포와 인력을 그에 맞춰 줄이지는 않았다.그러다 보니 같은 상권에 점포가 중복되는 현상이 나타났고, 건물 임대료 등을 부담하게 된 은행들이 수익성 저하에 대응하려고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다.금융 환경 변화도 감축 요인이다. 오프라인 영업이 온라인 영업으로, 최근에는 스마트폰 활용으로 바뀌면서 많은 인력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다.자동화기기(CD·ATM)가 널리 보급되고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실제로 은행 영업 시간대에 창구를 찾는 발길도 뜸해졌다.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입출금·이체는 인터넷뱅킹(스마트폰뱅킹 포함)과 CD·ATM에서 75.5%가 이뤄졌다. 창구 거래는 11.2%로, 텔레뱅킹(13.3%)에도 못 미쳤다.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은행 노조들은 사측이 점포와 인력을 계속 줄이는 데 불안을 느끼고 있다. 당장 오는 3일 예고된 금융노조 총파업의 이슈기도 하다.특히 조기통합이 추진되는 하나·외환은행의 경우 사측의 거듭된 ‘고용 유지’ 약속에도 통합 후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판단에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금융노조 관계자는 “정부의 반(反) 노동 정책으로 근로조건과 고용안정이 위협받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며 고용안정도 파업의 주된 의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