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우리의 타깃은 씨티은행 이다”
제2 빅뱅'에 휩싸인 국내 금융산업이 또다시 M&A의 회오리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 전문가들은 씨티의 한미은행 인수는 한국의 금융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더 이상 국내은행을 외국계에 내 줄 수 없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그동안 적어도 국내 무대에서는 국내 은행들에 맞설 제대로 된 적수가 없었다. 그러나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단기 이익만 노리는 투자펀드와 달리 장기적 안목과 실력을 겸비한 외국 상업은행이 국내 은행의 경영권을 완전 인수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지금까지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은 보험, 증권, 카드를 아우르는 `고품질' 선진 종합금융상품과 기법을 통해 37년간의 국내 영업을 통해 축적한 영업 노하우를 가지고 잇다. 여기에 전국 225곳에 걸친 한미은행 영업망이 결합되면 씨티은행은 국내 금융시장에 가공할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씨티은행은 서울, 분당, 부산의 12개 지점만으로 이미 수익성 지표가 2002년 기준 총자산수익률(ROA) 0.79%, 자기자본순이익률(ROE) 13.46%, 순이자마진(NIM) 2.78%로 웬만한 국내 시중은행에 맞먹는 수익력을 발휘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내외 은행간에 갈수록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중상위 고소득 예금자 시장에서 `한수 위'인 씨티은행이 우위를 점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씨티은행이 지닌 최대 강점이 바로 고소득층에 특화된 프라이빗 뱅킹(PB)과 자산 운용 부문으로 한미은행 영업망과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파고든다면 국내 은행들은 수성에 상당한 어려움을 각오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과의 벽이 허물어진 보험, 증권, 카드업종 역시 `씨티 태풍'의 영향권에서 살아 남기 위한 경쟁에 내몰릴 것으로 우려된다. 소매금융 뿐 아니라 기업금융도 국내 은행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씨티은행의 공세에 노출돼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시중은행들은 "올 것이 왔을 뿐"이라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이미 비상령이 발동된 상태다. 일예로 김정태 국민은행장도 우리의 타깃은 씨티은행이라고 천명한 만큼 "씨티"의 본격진출은 은행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외국 은행의 입성에 대비해 다양한 선진 금융상품과 기법을 속속 도입하기는 했지만 한미은행의 영업망을 등에 업은 씨티은행과 정면 승부를 펼치기에는 준비가 덜 됐다는 얘기이다. 이에 따라 국내은행들은 고소득층을 겨냥한 PB 영업 중심의 상품 개발과 점포확장, 전문 인력 보강 등 벌써부터 다각도의 대응책 마련을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도 "씨티은행의 진출에 긴장하는 것은 어느 은행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국내은행들은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지속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며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므로 기초체력이 튼튼하지 못하면 자연스레 퇴출의 쓰라린 고배와 함께 인수.합병(M&A)의 먹이감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이는 씨티은행의 진출에 맞서 몸집을 더 불릴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국내 `빅4' 은행의 이해와도 맞물려 은행권 전체를 다시 한 번 인수. 합병의 회오리로 몰고갈 가능성이 높다.
총자산 100조원이 넘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는 있지만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고 있는 씨티은행과의 경쟁에서 버티려면 덩치를 더 키워야 한다는 게 이들 은행의 공통된 상황 인식이다.
총자산 220조원의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김정태 행장은 "씨티은행 같은 해외 선진 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할 경우 국민은행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국내 은행도 추가 합병 등을 통해 몸집을 더 키우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한 바 있다. 김 행장은 "국민은행의 자산 규모가 210조∼230조원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자산을 300조원까지는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자산을 늘리기 위해 M&A를 하기보다는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M&A를 통해 점포와 인력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생산성이 당장 올라갈지 의문이고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행장은 그러나 "우리은행 등 다른 국내 은행들은 M&A 방식으로 자산 규모를 더 키워야 할 입장일 수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국민은행으로서는 M&A보다는 생산성을 높여 자산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와 관련, "돈 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한 영업에서 경쟁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예상하고 "그러나 5-6년 전부터 충분한 대비를 해왔기 때문에 한번 겨뤄 볼 만하다고 본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 행장은 "이제는 덩치보다 질로 승부를 겨뤄야 하는 시대이며 국민은행은 이를 위해 선진화된 시스템을 충분히 구축해 둔 상태"라고 말하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다소 떨어지는 점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안팎에서 우수 인력을 많이 확보해 두었기 때문에 씨티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은행계는 국민을 포함한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미 매물로 나온 한투. 대투증권과 LG증권, LG카드 인수. 합병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 공산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