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이건호 사퇴 임박...흔들리는 KB
새 경영진 선출 때까지 경영공백 불가피
2014-09-04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결정으로 KB금융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두 수장이 사퇴할 경우 후임 수장 인선을 서두른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려 경영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최수현 금감원장은 4일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문제와 관련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제재 수위를 중징계(문책경고)로 상향 조정했다.경징계(주의적 경고)로 충분하다는 지난달 22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의견을 전면적으로 뒤집은 결정이다.KB금융그룹 내부에서는 중징계 결정을 두 사람이 자초했다는 비판 어린 시선이 적지 않다.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 의견으로 기사회생했다면 마땅히 자중하고 대승적인 화해를 이뤘어야 하는데, 두 사람이 보인 모습은 그와는 정반대였다는 지적이다.‘소통과 화해’를 내걸고 떠난 템플스테이에서 충돌이 빚어져 이 행장이 먼저 돌아오는 불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고, 이 행장의 주 전산기 교체 관련 임원 고발로 임 회장과의 갈등이 더욱 고조되는 결과를 낳았다.당장 수장의 거취가 불투명해져 경영권 향배가 안갯속이다. 중징계 결정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물러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관례에서 볼 때 당국의 퇴임 압박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이 행장의 경우 “이사회에 내 거취를 맡기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은행 이사회가 조만간 열려 이 행장의 사표를 수리하거나 해임을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하지만 두 사람 중 한 명이라도 사퇴를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오랜 공직생활을 해온 임 회장이나 금융연구원 출신의 경제전문가인 이 행장이 최 원장의 결정이 자의적이라고 보고 가처분 신청 등 법적 구제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이 경우 최 원장이 의도했던 KB의 조기 경영안정은커녕 금융계에 더 큰 혼란을 던질 수도 있다. KB금융그룹은 ‘괘씸죄’에 걸려 그룹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LIG손해보험 인수의 승인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최근 KB금융은 LIG손보를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으며, 승인 여부는 내달 말 금융위 회의에서 결론이 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승인을 거부할하면 자산 400조원의 거대 금융그룹이 되겠다는 KB의 꿈은 무너지게 된다.두 사람이 모두 사퇴할 경우 KB금융그룹은 회장과 행장 모두를 새로 선임해야 한다. 이 과정도 만만치 않은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KB금융지주 회장 선임은 사외이사 9명으로 이뤄진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하게 된다. CE0 승계 프로그램에 따라 정해지는 내부 후보들과 헤드헌팅업체가 추천하는 외부 후보들이 후보군을 구성한 후 서면평가, 평판조회, 심층면접 등을 거쳐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국민은행장 선임은 KB금융 회장과 사외이사 2명으로 이뤄진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에서 맡는다.지난해 임 회장 선임 때는 5월 초 회추위 가동 때부터 6월 12일 임 회장의 후보 선정 때까지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행장 선임도 6월 5일 민병덕 전 행장의 사임 때부터 7월 18일 이 행장 내정 때까지 적잖은 시간을 보냈다.두 수장이 모두 사퇴하면 국민은행은 당분간 부행장 대행체제로 갈 가능성이 크다. KB금융은 임 회장이 사장 직제도 폐지한 만큼 수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게 된다. KB금융그룹 초유의 경영 공백이 불가피한 셈이다.차기 수장의 선임 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사실상 외부 인사인 임 회장과 이 행장이 들어와 1년여 만에 물러나는데다 금융권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차기 수장은 내부 인사나 민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 출신이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KB금융그룹이 극심한 경영위기를 겪은 만큼 노조 등에서 철저한 검증과 내부 구성원의 동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선임 과정상의 진통은 어느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