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가슴 아픈 ‘추석 명절’
靑앞에서 17일째 노숙농성 이어가…대부분 ‘가족 합동기림상’ 참석·납골당 방문
[매일일보 이승구 기자]최근 난항을 겪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유가족들은 추석명절인 8일에도 청와대 앞에서 17일째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 농성장에는 유가족과 시민들이 모여 목사와 스님 등이 가져온 명절 음식을 먹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농성을 하던 대부분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경기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가족 합동기림상’에 참석하거나 납골당을 가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평소 유가족과 시민들로 북적이던 농성장 천막이지만 이날은 유가족이 10명도 채 남아있지 않아 쓸쓸함이 묻어났다.
추석에도 농성장을 지키고 있던 단원고 2학년 고(故) 박성호군의 어머니 정혜숙(47)씨는 이틀 전 안산에 있는 시댁을 찾았다.
추석 당일 시댁을 찾으면 자신 때문에 친척들이 추석을 편하게 보낼 수 없을 것 같아 홀로 ‘이른 추석’을 보낸 것이다.
정 씨는 “아이를 못 지켰는데 무슨 낯으로 조상께 제사를 올릴 수 있겠느냐”며 “장남인 아들을 생각하면 아이가 없는 추석이 더 아프다”고 호소했다.
이어 “팽목항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분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기림상도 차리지 못했다”며 “이 분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정 씨는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청와대 앞 농성에 계속 참여할 생각이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이대로 넘어간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치는 사고가 날 수 있다”며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대통령과 시민들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특별법이 제정될 때라야 대한민국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나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추석에도 농성장을 찾아주는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며 “늘 아프겠지만 다음 명절에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에 모여 노래공연을 관람하고 대통령에 대한 호소문을 낭독하는 등 시민들과 함께 남은 추석 연휴를 보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