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빚 권하기' 정책에 은행 대출 증가세 가팔라졌다

과도한 대출로 인한 부실발생 우려도

2015-09-10     조민영 기자

[매일일보 조민영 기자] 가계와 기업의 은행 대출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가계대출은 부동산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갈수록 빠르게 늘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말 가계대출 잔액은 492조6186억원으로 1년 전(470조7458억원)보다 4.6% 늘었다. 지난 2012년 2월(4.6%) 이후 2년 5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가계대출의 전년 동월대비 증가율은 작년 4월말 1.9% 저점을 찍고 작년 10월 3.0%대로 올라왔고 올해 3월 4%대로 상승했다. 

부동산담보대출(341조829억원)만 보면 증가율은 작년 4월 1.7%에서 올해 7월 6.2%로 급등했다. 

조달자금의 덩치가 큰 기업 대출도 비슷한 추세다. 6월말 기업대출 잔액은 679조2179억원으로 1년 전보다 7.3% 늘었다. 

증가율은 작년 1분기 4% 후반대(1월 4.8%, 2월 4.8%, 3월 4.9%)에서 점차 상승해 올해 1분기에는 6% 후반대(1월 6.9%, 2월 6.9%, 3월 6.7%), 2분기에는 7% 중반대(4월 7.3%, 5월 7.7%, 6월 7.3%)로 높아졌다. 

예금은행의 대출 증가는 기본적으로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 실제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은 2012년 2.3%에서 2013년 3.0%로 올랐으며 올해 전망치는 3% 중후반대다.

그러나 최근 예금은행의 대출 증가율은 성장률의 2배 수준에 달할 만큼 높은 편이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이 반영된 결과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부터 시행한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정책은 시행 전부터 시장심리에 영향을 줬다. 7월 중 전국의 주택 매매거래량은 7만6850건으로, 작년 7월(3만9608건)보다 94.0% 늘었다.

이에 따라 가계가 예금은행에서 빌린 주택담보대출은 7월말 현재 391조1000억원으로 한 달 새 2조8000억원이 늘었다. 

기업대출 분야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최 부총리, 신제윤 금융위원장 등이 ‘금융권의 보신주의’에 대해 잇따라 질타하면서 기술금융을 중심으로 은행권이 받는 압박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향후 초래될 부실 가능성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의 보수적 자금운용 관행과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2003∼2012년 간 대출 증가율이 성장률보다 높으면 1∼2년 뒤 은행의 대손 비용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대출 증가를 압박하기보다는 은행권이 리스크에 합당한 적정이윤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