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이어 향일암까지…방화 가능성
'일출 명소' 여수 향일암 화재 대웅전 등 잿더미
일출제 코앞인데…향일암 잿더미 주민 망연자실
2010-12-20 인터넷뉴스팀
[매일일보] 국내 대표적인 일출 명소이자 전남도 문화재 자료 제40호인 전남 여수 향일암(向日庵)에서 불이 나 대웅전 등 주요 건물이 잿더미로 변했다.20일 0시24분께 전남 여수시 돌산읍 향일암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불이 나 사찰 건물 8개동 가운데 대웅전(51㎡)과 종무실(27㎡), 종각(16.5㎡) 등 3개동을 모두 태워 5억9000만원 상당(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내고, 3시간여만에 진화됐다.이 불로 대웅전 안에 있던 청동불상과 탱화 등도 함께 소실돼 피해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화재 당시 사찰에는 스님과 신도 등 16명이 있었으나 3시간 전 기도를 모두 끝낸 상태에서 화재 직후 긴급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화재 이후 잔불 정리에 나섰던 마을 주민 1명이 무너진 바위에 깔리면서 병원으로 이송됐다. 불이 나자 소방대원과 공무원, 지역민 등 모두 290여명이 동원돼 진화에 나섰으나 사찰이 가파른 산 중턱에 있는데다 건조한 날씨탓에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또 초속 5-6m에 이르는 바닷바람도 화마(火魔)를 키우는데 일조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온마저 영하권을 맴돌아 진압초기에 뿌려진 물이 곧바로 얼어 붙으면서 소방관들은 불길 잡기에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특히 국보 1호 숭례문 화재사건 후 문화재와 중요 사찰 보호차원에서 일종의 스프링쿨러인 미분무 설비시설이 갖춰져 있긴 하나 불이 난 3곳에는 공교롭게도 설치돼 있지않아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었다. 옥외소화전도 설치돼 있지 않아 소방관들은 암자내 3.5톤짜리 자체 저수조와 동력펌프를 이용해 진화에 나섰으나 불길을 잡는데는 역부족이었다.여수소방서 관계자는 "불이 난 건물이 모두 5-6m 간격으로 떨어져 있긴 하나 처마 길이 등은 감안하면 2-3m에 불과해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옮겨 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직원들의 신속한 조치로 산불로 번지거나 보존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관음전 등으로 확산되는 것은 막아 천만다행"이라고 밝혔다.경찰과 소방당국은 불이 난 3개 건물이 5-6m씩 떨어져 있고, 처음 불이 난 것으로 보이는 대웅전에 촛불이 꺼져 있었던 점, 관광객이 많아 24시간 개방된 점 등에 비춰 누군가 고의로 불을 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화재 정밀감식을 의뢰했다.항일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화엄사 말사로, 서기 659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로 국내 4대 관음기도도량 중 하나다. 1984년 2월 전남도 문화재자료 제40호로 지정됐으며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위치해 연간 60만명의 관광객과 참배객이 찾고 있다. 특히 대웅전은 2007년 12월 새로 지어진 뒤 올해 상반기 내·외부를 황금으로 단청한 바 있다.향일암은 올해도 예년처럼 연말 타종행사와 음악회 등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이번 화재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단 한 번의 화재로"…향일암 피해 왜 컸나 = '일출 명소' 여수 향일암에서 발생한 화재는 인적이 끊긴 시간대에 강한 바람을 타고 발생해 피해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매서운 추위로 곳곳이 얼어붙은 것도 조기 진화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20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향일암에 불이 난 시각은 이날 자정 무렵. 신도들의 기도가 모두 끝나고, 사찰 관계자가 경내 순찰을 마친 지 채 1시간도 안 된 시점이었다.인적이 끊긴 상태여서 불길은 뒤늦게 발견됐고, 새벽 0시24분께 119에 신고됐다. 그러나 불이 난 곳이 여수소방서 군내지역대로부터 15㎞, 돌산 119안전센터로부터 26㎞, 여수소방서로부터는 39㎞나 떨어져 있다보니 첫 소방차는 0시45분에야 가까스로 현장에 도착했다.더욱이 사찰에 이르기전 1㎞ 구간은 소형 소방차만 진입이 가능할 정도로 비좁아 구급차는 접근조차 못했다.초속 5-6m에 이르는 바닷바람도 화마(火魔)를 키우는데 일조했다. 엎친 데 덮친 격 기온마저 영하권을 맴돌면서 진압초기에 뿌려진 물이 곧바로 얼어 붙으면서 소방관들은 불길 잡기에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특히 잿더미로 변한 대웅전과 종각, 종무실 모두 가파른 바위 사이에 위치해 현장에 동원된 소방관과 경찰관, 시청 직원 등은 삽시간에 무너져내리는 기왓장에도 적잖은 위협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한밤중이라 헬기 투입도 쉽지 않았다.진화작업에 나선 한 공무원은 "산 중턱이어서 접근이 쉽지 않았고, 매서운 바람에다 강추위로 바닥마저 결빙돼 진화에 도움주기조차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각종 악재로 진화작업이 지연되는 사이 대웅전(51㎡), 종무실(27㎡), 종각(16.5㎡) 등 사찰 건물 8개동 가운데 3개동이 잿더미로 변했고 사찰을 휩쓴 화마는 5억9000만원 상당(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낸 뒤 3시간여만에 진화됐다.국보 1호 숭례문 화재사건 후 문화재와 중요 사찰 보호 차원에서 일종의 스프링클러인 미분무 설비시설이 갖춰져 있긴 하나 불이 난 3곳에는 공교롭게도 설치돼 있지 않아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었다. 옥외소화전도 설치돼 있지 않아 소방관들은 암자내 3.5톤짜리 자체 저수조와 동력펌프를 이용해 진화에 나섰으나 불길을 잡는데는 역부족이었다.여수소방서 관계자는 "불이 난 건물이 모두 5-6m 간격으로 떨어져 있긴 하나 처마 길이 등은 감안하면 2-3m에 불과해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옮겨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관계자는 이어 "다행히 직원들의 신속한 조치로 산불로 번지거나 보존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관음전 등으로 확산되는 것은 막아 천만다행"이라고 밝혔다.이에 대해 사찰 관계자는 "처음 불이 난 것으로 보이는 대웅전에 촛불이 꺼져 있었고, 관광객이 많아 24시간 개방되는 점에 비춰볼 때 누군가 외부인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방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 주민들 ‘망연자실’ = 향일암 대웅전이 불에 타자 향일암 인근 주민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특히 31일 밤과 1일 밤을 지새우며 향일임 일대에서 해마다 치러졌던 일출제 준비에 여념 없던 돌산 임포 마을 주민들은 잿더미로 변해 흔적 없이 무너져 내린 대웅전과 여기저기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기왓조각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향일암매표소가 있는 입구에선 일찌 감치 관광객과 주민들의 진입이 통제됐으며 향일암이 있는 금오산 초입에 길게 늘어선 소방차에서 나온 호스와 흐르는 물로 도로는 온통 얼어붙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해뜰 무렵까지도 잔불진화에 여념 없던 소방관들은 열기에 무너져 내릴 가능성이 높은 인근 목조건물의 기와들로 신경이 곤두선 모습이었다. 향일암에 오르는 100여 미터의 좁은길 양편에 늘어선 갓김치 판매상들은 화재 소식에 모두 나와 애들 태웠다. 당장 며칠 앞둔 향일암 일출제 준비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던 주민들은 향일암 화재로 일출제를 포기해야 하는지 등 대화를 나누며 근심이 앞서면서도 남해안 일출 명소인 향일암 걱정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일부 주민들은 한해 수십만명이 찾고 있는향일암에 스프링클러 등 초기진화시설이 없고 흔한 CCTV하나 설치 돼 있지 않아서 예견된 인재라고 주장했다.향일암 스님들은 대웅전이 화재로 소실된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새벽녘 외부인의 소행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화재현장에서 사찰관계자들은 여수시에 CCTV설치를 건의했지만 여수시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화재에 대한 행정 당국의 책임론도 거론했다.김정균씨(42.상가번영회장)는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주민들이 몰려갔지만 이미 불이 확산된 상태여서 접근이 어려웠다"며 "일출제를 위해 주민들이 많은 준비를 했지만 막판에 모두 물거품이 될 것 같아 허망하다"고 말했다. 윤형숙씨(38.여.갓김치판매점)는 "올해는 예년보다 더 많은 갓김치를 담가 손님을 맞으려 했지만 갑작스런 화재 소식을 듣고 거짓말인줄 알았다"며 "오후에 주민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갖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관광객 김모씨(35.여)는 "해마다 일출제를 보기 위해 향일암을 찾다가 올해는 일 때문에 좀 일찍 찾아왔는데, 멀리서 불에 탄 모습만 보고 발길을 돌렸다"며 "향일암같은 유명 사찰이 화재에 무방비 상태였다는 것이 정말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한편 여수시는 향일암에 화재가 나자 일출제행사 강행 여부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만, 예정대로 치르더라도 예년에 비해서는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인터넷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