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후진적 지배구조, 임 회장-이 행장 갈등 불러

“낙하산 인사 막고 내부승계 프로그램 정착시켜야”

2015-09-16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퇴진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직무정지로 최악의 국면을 맞은 이번 KB사태는 금융지주 체계의 후진적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현행 지주사 체계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 권한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있어 자회사의 독립 경영을 보장하는 못한다. 여기에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면서 내부 승계 프로그램은 유명무실한 시스템으로 전락한 상황이다.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임 회장은 그룹 내에서 자신의 지배력을 확고히 하고자 KB금융지주의 사장직을 폐지했다.임 회장 자신은 2011년부터 3년간 KB금융지주 사장직을 맡아 회장이 되기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했지만, 정작 자신이 회장 자리에 오르자 사장직을 없앤 것이다.나아가 정관 변경을 통해 국민은행장을 KB금융지주의 등기임원에서 빼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했다.국민은행은 KB금융그룹 전체 순이익의 80% 이상을 내는 조직이지만, 정작 국민은행장은 금융지주사 이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된 셈이다.임 회장과 이 행장의 불화는 출신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재정경제부 2차관을 지낸 ‘모피아’ 임 회장과 한국금융연구원 출신 ‘연피아’ 이 행장은 서로를 끊임없이 견제해 왔다.이건호 전 국민은행장과 임 회장의 갈등이 본격화한 계기는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문제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지배구조 문제가 얽혀있다는 것이다.만약 이 전 행장이 KB금융지주 이사회에 참석해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문제 등을 놓고 임 회장과 충분한 논의를 나눴다면 이번 사태는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은행 비중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금융지주사 현실에서 낙하산 인사로 온 회장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려 하고, 은행장은 이에 반발하는 사태가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국민은행장의 이사회 배제는 이번 임 회장의 직무정지 때 그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예전에는 회장 유고시 국민은행장이나 KB금융 사장이 그 자리를 대행했지만, 국민은행장은 사내이사에서 제외됐고 KB금융 사장직은 아예 폐지돼 있어 KB금융지주 이사회에서 회장을 대행할 사내이사는 현재 한 명도 없다.이에 따라 이사회는 긴급 회동을 거쳐 회장과는 격이 맞지 않는 부사장급인 윤웅원 부사장을 회장 대행으로 선임해야 했다.더구나 윤웅원 부사장이 사내이사가 아님에 따라 윤 부사장의 결재는 당장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이에 따라 KB금융지주 측은 법원에 윤 부사장의 회장 직무대행 승인을 급하게 요청한 상태다.상황이 이렇게 진행되면서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관치금융, 부실한 제재시스템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회사를 정책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정부의 인식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정성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은 큰 틀에서의 발전, 규제 방향을 제시할 필요는 있지만, 일상적인 경영까지 일일이 간섭해서는 안 되고, 지주사는 그룹 전체의 장기적 발전 전략과 포트폴리오를 짜는 역할을 맡는 것에 그쳐야 한다”며 “이번 KB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불분명한 역할분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