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정권 홍보수단으로 전락 우려”
구조조정 악용...“묻지마 지원 이전에 보완책 선행돼야”
2015-09-24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장년 고용 대책의 일환으로 임금피크제 지원액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임금피크제란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을 보장하는 제도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년 연장에 따라 늘어날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일자리에서 더 오래 일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그러나 일각에서는 임금피크제가 구조조정에 악용되거나 고용을 무기로 임금삭감을 요구받는 등의 변칙운용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보완책을 함께 마련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실제 은행권의 경우 2005년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임금피크제가 도입돼 하나은행, 국민은행, 외환은행 등에서 지금까지 운용하고 있으나 신청자는 매년 줄고 있다.임금피크제를 지원할 경우 퇴직금이 줄어들기도 하지만, 사측의 직간접적인 퇴사 압력으로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더라도 정해진 정년이 잘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퇴물 취급’을 받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여전하다. 임금피크제가 중장년층 고용문제의 만능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한 은행권 관계자는 “승진에 대한 압박 없이 남은 기간을 보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업무가 바뀌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거나 새로운 세대에게 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퇴직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보완책 없는 임금피크제의 확대는 고령노동자의 저임금 노동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실제 지난 3월 기준 국내 전체 임금 근로자 중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은 25%로 OECD 선진국 평균보다 9%p 높은 수준이다. 50대와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대비 5%p 상승해 2014년 22%, 60대 이상 고령층은 같은 기간 7%p 올라 24%를 기록했다.장기적 지원책은 여전히 부재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업에 지원하는 금액 역시 2년간만 한시적으로 늘려 지원하는 것인 만큼 경력자에 대한 무분별한 해고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이에 노동계는 정리해고와 조기퇴직 강요 등 현실의 고용불안 구조에 대한 해결 없이는 기업의 비용 절감 효과 이외에 별다른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민주노총 관계자는 “사측이 고용을 무기로 임금삭감을 요구하거나, 피크제 실시 이후 압박을 가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고령노동자의 저임금 노동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며 “전체 노동시장의 불안정성과 임금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실효성 없이 정권의 홍보도구로만 남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