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은 법률지식과 판단능력 중요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첫 기자간담회 “대법관 발굴해 달라”
2006-12-01 신종철 기자
이용훈 신임 대법원장은 대법관 인선 기준으로 대법관 후보자의 성향이 진보냐 보수냐 보다는 전문적인 법률지식과 합리적인 판단능력 그리고 인품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해 향후 대법관 인선에서 내부 승진에 무게를 둘 것임을 시사했다.이 대법원장은 26일 오후 대법원 청사 4층 중회의실에서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대법원의 인적구성 다양화에 대한 질문에 대해 “우리나라는 성문법 국가로서 실정법이 있기 때문에 법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해석·적용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법관의 전문적 법률지식이 으뜸이고, 합리적 판단능력 그리고 인품이 중요하지, 판결하는데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그는 그러면서 “누가 이 시대의 대법관이 되는 게 좋은지 언론이 검증해 구체적으로 후보자를 발굴해 달라”고 즉석에서 기자들에게 추천권(?)을 부여하기도 했다.이날 기자간담회는 사법부 수장답게 이용훈 대법원장의 특유의 입담이 간간이 기자들을 긴장과 웃음을 자아내며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 대법원장은 전관예우 문제와 관련, “판사가 형사재판에서 구속, 보석 등 재판절차 진행에 있어 전관예우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이 문제는 대법원장이 나서 ‘구속하라 마라’하는 것은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구속재판의 원칙이 확대되면 전관예우 시비가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이라고 말했다.형사재판 항소심에서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에 관대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대법원장은 “소위 ‘유전무죄’라는 것은 돈 있는 사회지도층들이 보석이나 집행유예로 쉽게 풀려나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이는 법원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그는 이어 “일반서민과 사회지도층에 대한 양형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조사해 보겠지만 자칫 재판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하게 시도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대법관의 법원행정처장 겸직에 대해 이 대법원장은 “대법관은 고고하게 재판을 해야 하는데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을 맡으면 행정부에 예산을 따야지, 국회에서 답변해야지 하는 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을 맡는 제도는 바꾸는 게 좋다”고 말했다.그는 그러나 “외부인사가 법원행정처장으로 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원행정 경험이 있는 법원장 중에서 맡는 게 좋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10월과 11월에 동시에 대법관을 교체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 대법원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밝히기 곤란하다”고 전제한 뒤 “대법관 임명절차는 대법원장 제청, 대통령 지명, 국회 인준, 임명 절차를 거치는데 대법원장이 제청한다고 해서 대통령이 지명한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잘 조화 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그는 그러면서 “언론이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인사를 검증해 추천해 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법관인사시스템과 관련, 이 대법원장은 “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장 시절에 만든 근무평정은 그 당시 법관들 75%가 찬성했는데 요즘 판사들은 불만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물어보니 ‘그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고 언급해 간담회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그는 그러면서 “근무평정은 절대적 기준으로 삼지 않고, 언론과 법조인 등 다양한 의견을 참작해 법관에 대한 새로운 근무평정을 하겠지만 구체적인 것을 얘기하면 난리가 나니 비밀로 하겠다”고 말했다.이 대법원장은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 법원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답변했다.이 대법원장은 “법원 밖에서 보니 검찰보다 법원이 더 불친절하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는데 법원 내에 있으면 (이런 사실을) 잘 모른다”며 “법원 민원창구의 불친절과 법정에서 판사의 고압적인 언행을 고쳐야 한다”고 가장 불친절한 사례로 꼽았다.그는 그러면서 “대법원장 인준을 받은 후 법원일반직들과 만나 가장 불친절로 알려진 검찰 민원 부서는 물론 동사무소, 은행, 병원 그리고 가장 친절한 것으로 알려진 운전면허시험장 등 현장에 가서 보라고 지시했고, 너무 딱딱한 법정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법관들에게 자기가 재판한 것을 CCTV를 통해 한 번 보고 비교 분석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대법원 앞 1인 시위에 대해서도 이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대법원 앞 1위 시위자는 울분이 있을 게 아니냐며 행정관리실장에게 알아보라고 지시했다”며 “사법부는 한 사람의 국민이라도 함께 갈 수 있는 법원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열린 법원의 자세를 보였다.이 대법원장은 취임사 작성과 관련,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내용으로 취임사를 작성하라고 방향을 제시했고, 11번을 고칠 정도로 퇴고의 퇴고를 거듭했다”며 심사숙고했음을 내비쳤다. (로이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