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마케팅 효과 ‘반신반의’
저조한 국민적 관심과 각종 잡음에 기업들 긴장
2015-09-25 최수진 기자
[매일일보 최수진 기자] 인천 아시안게임이 개막 6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45억 아시아 인구를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이 국내외에서 연신 비판을 받으며 기업들의 마케팅 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은 아시안게임 경기장 및 외부 시설투자로 제품 홍보를 하고 있다.
선수들은 이곳에서 삼성 스마트 TV, 갤럭시 탭S, 헤드셋 등을 활용해 모바일 게임, 음악 감상, 축구게임 등을 즐길 수 있으며 웨어러블 기기 대여, 스마트 기기 캐리커쳐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대회에 쏘나타 등 승용차 600여대를 포함한 차량 2000여대를 아시안게임 대회 관계자 의전차량, 참가국 선수단 이동 등에 필요한 차량으로 지원해 제품 홍보를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6개월여에 걸쳐 경기장, 데이터센터, 국제방송센터 등 100여개소에 스마트 ICT 인프라를 구축해 자사의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이외에 LG CNS는 이번 대호의 국제방송센터(IBC) 구축 사업자로 선정돼 대회 기간 방송 기술 등을 지원하고 있다.
종목별로 선수단에 투자해 그룹 이미지 제고 효과를 톡톡히 본 기업들도 있다.
국내 펜싱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12개의 금메달 중 8개를 획득하며 SK그룹의 지원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지난 24일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의 시상을 하기도 했다.
SK는 2003년부터 11년간 펜싱을 후원하고 있다.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이 대한펜싱협회장을 맡은 2009년부터는 4억원 가량에서 12억원으로 지원 규모를 늘리기도 했다.
SK관계자는 “한국 펜싱이 국제대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며 “오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묵묵히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5년부터 양궁에 투자해온 현대차그룹은 양궁 성적뿐만 아니라 양궁 장비 개발, 대회 기간 경기 운영 등에 신경을 쓰면서 관람객 및 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대회 준비 상황 점검 과정에서 발견된 전광판 문제와 미디어석 햇빛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협회에서 직접 챙기라”며 2000만원 가량을 투자해 대형 전광판을 설치하고 미디어석을 확장했다.
또 자원봉사자들과 양궁인 출신 운영위원들이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로부터 받는 부실한 도시락 문제도 직접 해결했다.
이 같은 정 부회장의 지시에 한 자원봉사자는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았는데 협회에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줘 한결 수월해졌다”며 “여지까지 별로 관심 없었는데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기업들이 앞다퉈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투자한 만큼 마케팅 효과가 있을지 의문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대회 안팎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 중 경기장이 정전되기도 했으며, 아시안게임의 성화도 꺼졌다. 선수단과 경기 운영인력에 제공되는 도시락에서 식중독균이 발견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게다가 아시안게임 기념주화 발행량도 역대 최저에 그치면서 관객들의 열기가 뜨겁지도 않은 모양새다.
관객들의 관심도가 높지 않는 것도 기업들에게는 불안한 요소지만, 도시락 문제처럼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문제가 발생할 경우 마케팅 효과는 커녕 소비자의 기업에 대한 인식만 나빠질 수 있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아시안게임에서 연신 문제가 발생하면서 마케팅에 나선 기업들이 안전문제 등에 유독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상당히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그에 준하는 효과는 얻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내수 소비 증진 등을 위해 기업들이 마케팅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