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사면 요구, 삼성 전략기획실 부활 증거?

경제개혁연대 "대통령조차 삼성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는 연기자 중 하나인가?"

2010-12-23     김경탁 기자
[파이낸셜투데이=김경탁 기자]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이은 이 전 회장의 복심인 이학수 전 부회장에 대해서까지 사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논란을 부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23일 논평을 통해 이건희 전 회장에 이어 이학수 부회장에 대해서까지 사면논의가 나오는 것은 청와대가 삼성그룹의 총수체제 복귀를 추인하는 꼴이라고 강하게 성토하면서 특히 능력검증 안된 3세 승계를 ‘오너 체제’라 칭하는 것 자체가 허상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근 경제5단체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등 경제계 인사 71명의 사면을 청와대에 건의하였으며, 여기에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재계는 이건희 전 회장이 IOC위원으로서 평창올림픽 유치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면을 요구하고 있는데, IOC위원도 아닌 이학수 전 부회장을 사면해주어야 하는 이유는 또 뭐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해마다 무슨 기념일만 되면 재계는 마치 가진 자의 특권이나 되는 듯 기업인 범죄자들을 사면해달라고 당당히 요구하는데, 불법을 저지른 일부 기업인들의 기를 펴주는 것보다 이런 파렴치한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 더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먼저 깨달을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사면론 주장을 “신속하게 검토 하겠다”며 받아 안은 바 있는 이귀남 법무부장관은 22일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이건희 전 회장 사면문제에 대해) 법무부 입장은 정해졌지만 대통령 재가가 남아 있다”고 답변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도대체 이 문제가 검토할 가치나 있는 것인지, 대통령의 통치철학인 ‘법질서 확립’에 정면으로 반하는 주장을 초기에 제압하여 국가기강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여론의 눈치나 살피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원칙에 근거한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으로 이건희 전 회장 사면을 둘러싼 논란을 종식시키고 사회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특히 "이번 사면 건의에 이학수 전 부회장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이건희 전 회장의 사면이 겉으로는 평창올림픽 유치를 바라는 체육계 인사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삼성그룹, 특히 과거 전략기획실 인사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미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이 부활하였으며 이건희 전 회장의 경영복귀와 이재용 씨의 승계를 최종 목표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며, 이 같은 정황은 최근의 삼성그룹 사장단 및 임원인사에서도 확인되는 바라고 설명했다.
 
지난 15일과 16일 삼성은 계열사 사장단 인사와 임원인사 내용을 차례로 발표했는데, 과거 그룹 차원 인사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이번 인사를 통해 이재용 씨는 삼성전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이건희 전 회장의 차녀 이서현 씨도 이번 인사를 통해 제일모직 전무로 승진함과 동시에 제일기획 전무직을 겸하게 되었고, 장녀 이부진 씨는 이미 지난 9월부터 호텔신라 전무와 삼성에버랜드 전무직을 겸하고 있다.
 
이를 두고 3세 경영체제와 계열분리 구도 구축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재용 씨는 전자와 금융계열, 이부진 씨는 호텔신라와 에버랜드, 이서현 씨는 제일모직과 제일기획을 승계하는 계열분리 구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같은 일은 삼성그룹이 지난 2008년 4월 22일 오너경영체제에서 계열사 자율경영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지 1년 8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라며, "그러나 이들 ‘3세’들이 해당계열사 경영권의 ‘상속’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이건희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은 주식수 기준으로는 1% 미만, 시가기준으로는 3% 정도에 불과한데도 어찌 이들이 ‘오너’라는 말이냐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는 또한 "3세들의 경영능력 또한 객관적으로 검증된 바 없다"며, "창업주의 손자손녀라는 이유만으로 얼마 되지도 않는 지분으로 국내 최대의 기업그룹을 나눠먹기 하는 것을 ‘3세 체제’로 포장하며 앞서 나가는 언론보도는 계열사 자율경영은 없던 일로 하고 총수일가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삼성측 의도와 너무나 잘 맞아떨어진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결국, 이학수 전 부회장의 사면 건의와 이번 사장단․임원 인사는 전략기획실이 여전히 건재하며, 소수의 가신세력이 삼성그룹의 소유지배 체제 및 승계구도 문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일한 본질의 다른 사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렇듯 총수일가 지배체제 재구축을 위해 치밀한 전략을 짜고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는 삼성그룹에 이건희 전 회장과 이학수 전 부회장의 사면을 선물하는 것은, 청와대가 나서서 총수일가의 지배체제 재구축을 거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는 대통령이 삼성의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수많은 배역 중 하나를 연기하는 꼴인데, 그만한 비극이 또 있겠는가. 그런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한 해를 마무리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으려는 국민들에게 또다시 분노와 좌절을 안겨주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매일일보 자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