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換骨奪胎) 없는 혁신은 짝퉁에 불과
2015-09-28 장성준 객원논설위원
[매일일보]정치권이 온통 혁신을 내세우며 새 단장에 나섰다. 여도 야도 혁신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부산을 떨고 있다. 5개월 가까이 법안을 하나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비등한 국민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그런데도 정기국회 파행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러다가는 국정감사는커녕 내년 예산안마저 제대로 심의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세비 반납운동의 단초도 결국 여야 스스로가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물론 여야 스스로가 혁신을 하겠다는 나섰으니 국민들의 불신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야가 말하는 혁신이 과연 무엇을 혁신하겠다는 것인지를 알려고 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 그동안 수도 없이 개혁과 혁신을 외쳐왔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체득해 왔기 때문이다. 그저 현재 상황을 모면해 보기 위한 임기응변에 불과하다고 느끼고 있을 뿐이다. 벌써부터 계파 간 미묘한 입장 차이가 나오고 있는 것도 냉소를 확산시키고 있다. 정치권 혁신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가 바닥권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다.다양성이 인정되는 민주주의사회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민들이 각자의 이해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란 바로 이런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조율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얄팍한 정의감이나 이해관계를 앞세워 타협을 거부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에서는 의견 차이를 이유로 서로를 적대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치적 갈등이 만연하게 되면 국가 통합에 막대한 장애를 초래하고, 이는 곧 국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논어 안연편(顔淵篇)에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이 나온다. 자공이 국가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묻자 공자는 식량과 군대, 그리고 백성의 신뢰라 답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을 재차 묻자 공자는 백성의 신뢰를 들었다. 국민들의 신뢰가 없으면 어떤 국가도 그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음을 공자는 이미 2600년 전에 간파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정당들은 국민 신뢰의 중요성을 아직도 체화(體化)시키지 못하고 있다. 말로는 ‘존경하는 국민’을 찾으면서도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으니 어느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혁신이란 말 그대로 과거의 낡은 관습이나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당의 뼈를 깎는 노력이 어우러져야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계파 수장들이 모여 서로의 밥그릇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결코 달성할 수 없다. 그야말로 환골탈태(換骨奪胎)가 돼야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로부터 ‘짝퉁 혁신’이라는 냉소만 더 받을 뿐이다.혁신은 혁신하지 않으면 감수할 위험이 더 크다고 느껴야만 제대로 이뤄낼 수 있다. 작금이야말로 혁신하지 않을 경우 혁신할 때보다 더 위험부담이 큰 상황이다. 길들여진 과거의 익숙한 방식에 안주해서는 이미 상실한 신뢰를 되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왕 혁신하겠다고 했으면 국민들 마음을 얻는 혁신을 해야 한다. ‘천지불인(天不仁)’이라 했다. 하늘과 땅은 억지로 어진 마음을 쓰지 않고 다만 자연 그대로에 맡길 뿐이다. 노자에 나오는 말이다. 혁신도 결국 국민들의 믿음을 얼마나 얻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여든 야든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하면 도태돼야 마땅하다. 그래야 새로운 싹이 자라난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