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후보 추천 논란…“유가족 참여 ‘추후 논의’ 무의미”

[매일일보 한아람 기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측은 1일 두 차례의 거부 끝에 여야가 3차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을 도출한 것에 대해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하며 수용불가 방침을 내세웠다.

박주민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 변호사는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잇따라 출연, “어제 합의안으로는 정치적 독립성을 견지한 특별 검사가 탄생될 수 없다는 점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가족들에게 했던 약속을 어겼다는 점, 이 두가지에서 가족들은 동의하지 못하고 계시다”며 이같이 밝혔다.

먼저, 박 변호사는 진상조사 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 부여는커녕 4명의 특별검사 후보군을 추려내는 과정조차 유가족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점을 강조하며 이로 인해 정치적 독립성을 가진 특검이 나오기 힘들다고 혹평했다.

박 변호사는 ‘특별검사 추천은 7명 중 3명은 법조계, 2명은 여당, 2명은 야당이 지명하되 유족과 야당의 사전 동의를 구한다’라는 2차 합의안이 3차 합의에서도 유지됐음을 지적한 뒤 “이는 여당도 인정했듯이 자신들이 원한다면 여당 쪽 인사를 계속 추천할 수 있는 제도적 흠결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검 후보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도 (유가족은 배제한 채) 여당과 야당이 합의로 후보군을 정하기 때문에 여당의 입김이 더 강해지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또 ‘진상규명위원회도 유가족에게 유리한 구성으로 꾸려지고 특검도 여야 동수로 추천하니 이만하면 유가족이 수용해야 한다’는 여당의 입장과 관련, “이 사건에 대해서 가장 진상규명을 하고 싶은 사람은 유가족”이라며 “진상규명위원회 또는 특검 후보군에 가족들 의사가 많이 반영되는 것이 진상규명에 더 적합한 체계”라고 반발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무능한 대응, 무책임한 대응이 그 원인 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라며 “그런 정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여당의 입김이 특검 추천 과정에서 이렇게 강력해지면 중립성을 가진 특검이 나올지 강한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박 변호사는 내용상의 흠결뿐만 아니라 절차상의 문제 역시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새정치연합에서 (3차 협상이 진행되기 전) 2차 협상안을 유지한 상태에서 특검후보군 형성 과정에 유가족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이 때문에 가족들은 그것을 믿고 있었는데, 새정치연합이 약속을 어겼다”라고 질타했다.

여야는 3차 합의안을 통해 4명의 특검 후보를 정하는 과정에 유가족이 참여하는 것은 ‘추후 논의할 것’이라고 결론 낸 바 있다.

이와 관련, ‘2차 합의안보다 진일보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여야가 지금까지 보여 왔던 태도를 종합해 보면 실질적으로 이 ‘추후합의’라는 것은 유가족에게 큰 의미 없는 조항”이라고 일축했다.

또 특검 추천위에 유가족의 참여가 보장되면 수사권·기소권은 포기할 수도 있냐는 질문에는 “그게 버금가는 안이라면 수용할 수도 있다”며 “정치적으로 독립적이고 진상규명에 강한 의지가 있는 사람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한다면 (그것이 진상조사위원회가 아니라) 특별검사라도 가능한 것 아닌가 라는 공감대가 이뤄져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박 변호사는 “이전에 11차례 특검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가장 큰 부분이 정치적으로 독립적이고 또 진상을 규명하는데 강한 의지를 가진 특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라며 유가족의 특검후보 추천 참여를 거듭 강조했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30일 유족의 의해 거부된 2차 합의안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일부 조항을 추가해 3차 합의안을 도출했다. 다음은 3차 합의안에 추가된 조항이다.

△ 여야 원내대표간 8·19 합의는 그대로 유효하며, 여야 합의로 4인의 특검후보군을 추천 할 것 △특검 후보군 중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어려운 인사는 배제할 것 △유족 참여는 추후에 논의할 것 △정부조직법,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 세월호법은 10월말까지 처리할 것 △국정감사는 10월 7일부터 27일까지 실시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