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관련 피해국과 함께 전범 재판 기록 찾자

2014-10-05     장성준 객원논설위원

[매일일보] 다산 정약용은 일본이 결코 조선을 침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이등유정(伊藤維楨)과 적생쌍송(荻生雙松), 태재순(太宰純) 등의 글을 읽고 나서다. 이들은 18세기 일본 학계를 풍미했던 일본 고학(古學)의 대가들이었다. 다산은 이들의 학문적 수준을 볼 때 일본이 유교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문물을 갖춘 만큼 다시는 침략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론(日本論)’의 판단 근거를 밝히기도 했다.

다산이 살던 시기는 임진왜란이 끝난 지 200여년이 흐른 시기였다. 이 시기 일본은 조선과의 화해를 위해 통신사 파견을 요청했고, 조선을 이를 수용해 양국 간의 교류는 끊어지지는 않았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일본의 침략이 없었다는 점도 다산의 이러한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다산의 이런 믿음에도 불구하고 100여년 뒤 일본은 또다시 한반도를 침략해 조선을 멸망시키고 식민지로 삼았다.

고노 담화를 훼손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최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군 성(性)노예는 근거가 없는 중상”이라고 주장했다. 아베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관은 아베가 오는 11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회담 후 야스쿠니를 또다시 참배할 것이라고 밝혔다. 누가 뭐래도 전혀 개의치 않겠다는 그야말로 오불관언(吾不關焉)의 자세다. 아베의 이러한 태도에 미국도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아베 정권의 역사 왜곡이 동북아 현안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특히 위안부 문제는 한·일이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대표적 사안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훼손한 과거의 잘못을 부인하려는 일본의 태도는 과연 선린우호외교가 가능한 이웃인지조차를 의심케 하고 있다. 이는 북핵을 비롯한 동북아의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아베가 이렇게 지속적으로 역사 왜곡에 나서는 것은 과거 제국주의 시절을 이상향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일본이 평화헌법 재해석을 통해 해외에서의 무력 사용을 허용한 것이나 개헌을 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피력하는 것이 그 증거라는 분석도 있다.

아베 정권은 위안부 문제를 본격적으로 부정하기 위해 아사히(朝日)신문을 표적으로 삼아 대대적인 대외(對外) 선전전에 나서고 있다. 아사히가 제주도에서 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는 1982년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 증언 인터뷰 기사를 증거가 없다며 취소한 것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이 기사 하나로 인해 세계가 없던 위안부 문제를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됐다는 듯이 말이다. 견강부회(牽强附會)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에 아베 총리가 극우단체 간부와 찍은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극우단체와 물밑에서 교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베 정권의 왜곡된 역사 인식은 결국 동북아 질서를 파괴하는 새로운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군의 위안부 만행은 중국과 동남아 각국에서 열린 전범 재판 기록에 자세히 나와 있다. 미국에도 있다. 이를 아베 정권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각국에 산재해 있는 전범 재판 기록을 찾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특히 피해국과 힘을 합쳐야 한다.

더 이상 국화 향기에 취해 등에 감추어진 비수를 보지 못하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

*9월 29일자 본 칼럼 내용 중 ‘2600년 전’은 ‘2500년 전’으로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