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청·해경, 세월호 참사 2달 전
‘우수기관’ 포상
정부업무평가위, 서면회의만으로 제대로 된 심의 없이 결정
총리 비롯한 정부위원 참석률 0%…대리 출석도 절반 안돼
[매일일보 김경탁 기자] 국무총리 소속 정부업무평가위원회가 ‘2013년도 정부업무평가’에서 국정과제 중 ‘국가재난관리체계 강화’ 과제에 최상위 등급인 ‘우수’ 평가를 내리고,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을 ‘우수기관’으로 선정해 3월 경 포상금까지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올 2월 3일 회의는 정부위원 전원 불참 속에 정족수 부족(전체 15인 중 8인 이상이 성원)으로 무산되자 서면회의를 통해 제대로 된 심의없이 의결돼 3월초 국무회의에 보고돼 확정됐다.
이는 세월호 참사 발생 한 두 달 전 결정된 것으로 정부업무평가위의 평가가 졸속으로 이뤄졌을 뿐 아니라 정부업무평가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국무조정실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인 2013년부터 현재까지 정부업무평가위원회는 총 23회 개최되었으나, 당연직위원인 정부위원 4인은 단 한 번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부위원은 공동위원장인 국무총리를 비롯해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안전행정부장관, 국무조정실장 등 4인이다.
이처럼 국가재난관리체계에 대한 정부업무평가가 평가위원들의 불참 속에 졸속으로 의결된 반면, 정부업무평가에 따른 포상금 지급과 관련해서는 두 차례(2/14과 3/10(서면)) 안건이 상정되었고 그 중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에 국무회의 보고 당일(3/11) 각각 1억원과 3천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됐다.
이에 대해 이상규 의원은 “국가재난관리체계에 최고 점수를 내리고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을 우수기관으로 선정한 직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며, “참사 당시 정부의 재난관리시스템은 아무런 작동을 못하고 무기력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정부의 국가재난관리 시스템에 대한 부실한 관리와 무책임한 태도야말로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이라며 “하나마나한 형식적 정부업무평가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특히 “법으로 정해진 정부업무평가위원회에 위원장인 총리를 포함한 정부위원 참석률이 0%라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정부기관들에 대한 관리감독과 정확한 업무 평가를 통해 ‘국민을 위한 정부’를 만들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정부업무평가는, 2006년 제정된 정부업무평가기본법에 따라 국무총리가 수행하는 핵심 역할 중 하나로서, 각급 정부기관의 자율적인 업무 추진에 대해 사후적인 평가를 통해 국정운영의 능률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정부업무평가기본법은 제1장 제1조(목적)에서 “이 법은 정부업무평가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함으로써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의 통합적인 성과관리체제의 구축과 자율적인 평가역량의 강화를 통하여 국정운영의 능률성·효과성 및 책임성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국무조정실은 정무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에서도 “정부업무평가위원회는 통합적인 성과관리체계 구축 및 국정운영의 효율성과 책임성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향후 정부위원의 참석을 제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업무평가위원회 운영세칙 제6조는 “정부위원이 위원회에 출석하지 못할 때에는 차관 또는 위원장이 허용하는 공무원이 대리하여 출석할 수 있다”고 규정했는데, 이런 대리 출석 역시도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총 23회 중 11회에 그쳐 참석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