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녀 “CJ홈쇼핑, 내 다리 돌리도”
CJ홈쇼핑 “기계결함 아니다. 개인 신체적 특성 때문”
2005-12-01 권민경 기자
<피해자 “내 인생 망쳐버린 CJ”울분>
<소보원, 조사팀 배정 조사 착수 계획>
족욕기를 사용하다 희귀병(화상의 일종)을 얻은 한 미혼여성의 글이 인터넷에 게재돼 눈길을 끌고 있다. 김모씨에 따르면 족욕기를 사용해오다 다리부분에 차마 드러낼 수 없는 상처를 얻었고, 평생 치료불가능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현재 김씨처럼 건강에 좋다는 광고 등에 현혹돼 족욕기를 사용하다 심각한 화상과 피부병을 얻은 피해고객들이 늘고 있다. 대부분 고온으로 인한 화상과 그에 따른 피부질환 등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보호원에는 최근 3년 동안 족욕기 관련 피해 신고가 줄을 이었는데 이 가운데 화상을 입었다는 사례가 전체의 19%를 차지했다. 이에 소보원이 시중 족욕기 25종을 조사한 결과 일부 족욕기에서 화상위험이 높은 50도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가는 제품이 상당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나 당뇨가 있는 환자의 경우 감각이 무뎌지는 데다 피부조직도 약해져 치명적 위험이 우려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데도 족욕기에 대한 변변한 안전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문제가 심각한 실정이다.건강 위해 족욕하다 희귀병 얻어인터넷 상에 족욕기 피해 사연을 게재한 김씨의 경우 두 달 전 CJ홈쇼핑을 통해 ‘메디니스’라는 회사의 족욕기를 구입했다. 족욕을 하면 발 부분이 원래 약간 빨갛게 된다고 알고 있었던 김씨는 발의 빨간 정도가 심한 것 같아 CJ홈쇼핑에 문의를 했다. 김씨에 의하면 CJ홈쇼핑 측에서는 “혈액순환이 잘 되서 그런 것” 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한 것 같아 족욕을 중단하고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그런데 병원에서 그야말로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듣게 됐다. 김씨가 받은 결과는 ‘열성홍반’이라는 것으로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희귀질환이다. ‘열성홍반’이란 피부가 화상을 입지 않을 정도의 강한 열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홍반과 색소침착 현상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직업적으로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이다. 김씨는 의사로부터 ‘열성홍반’이라는 결과와 함께 “평생 치료할 수 없다” 는 엄청난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나 어이가 없어 CJ측에 항의를 했더니 CJ홈쇼핑 관계자는 “진단서를 보내달라”고 답변했다. 이에 김씨는 치료불가라는 판정을 받은 진단서를 보냈지만 CJ홈쇼핑 측에서는 5일후쯤 연락을 해서 “상처의 심각성은 인정하지만 제품판매업체인 ‘메디니스’와 협의를 해야 한다” 고 했다는 것이다.CJ홈쇼핑은 그 뒤로 어떤 안부전화도 없었고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해 일말의 보상도 없었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이어 김씨는 “더 어이없는 건 CJ홈쇼핑에서 나에게 200만원을 받고 그만 하라는 식으로 말했다” 고 항변했다.김씨는 “여름에도 부츠를 신어야 하고, 겨울에도 검은 타이즈 외에는 신을 수 없는 등 여자로서 누릴 수 있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야 한다” 며 “한 여자의 인생을 망쳐놓고도 CJ홈쇼핑에서는 협력업체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법대로 하라고만 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그런데 CJ홈쇼핑 관계자의 이야기는 김씨의 주장과 전혀 달랐다. CJ홈쇼핑 홍보실 관계자는 “김씨의 질환이 족욕기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일어난 것인지, 개인의 신체적 특이성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조사 중에 있다”면서도 “그러나 기계 상 에는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 된다” 고 밝혔다. 이어 “해당 제품을 4만 여개 이상 판매했는데 김씨와 같은 피해 사례는 단 1건도 없었다” 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김씨는 CJ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회사 측에서는 몇 번이나 김씨와의 접촉을 시도 했지만 김씨 쪽에서 일방적으로 거부했다” 는 것이다. 또 “CJ측에서는 200만원이라는 돈을 언급한 적도 없고, 듣기로는 협력업체 쪽에서 피해보상을 논의 하던 중 잠깐 그런 말을 한 것으로 안다” 고 설명했다. 이번엔 문제가 된 족욕기를 CJ홈쇼핑을 통해 판매한 업체 ‘메디니스’에 알아본 결과 그쪽의 주장은 또 달랐다. 메디니스 관계자는 “김씨를 만나보고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며 “김씨는 처음에 우리 측과 접촉해서 피해보상액으로 1억5천 만 원이라는 금액을 요구했다” 고 밝혔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김씨는 회사 직원들이 물건 확인 차 방문하겠다고 해도 거부했다고 한다. 이어 “직원들이 간신히 설득한 끝에 집에 찾아갔지만 집안 출입을 꺼려해 족욕기를 가지고 복도에 나와서 실험을 했다” 면서 “제대로 실험을 해야 어디서 어떻게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알텐데 정말 난감했다” 고 설명했다. 메디니스 관계자는 또 “회사에서도 정확히 문제를 파악하고 김씨와 이야기를 나누어서 책임질 것이 있다면 그럴 생각이지만, 도무지 김씨 측에서 어떤 대화도 거부하고, 언론에만 얘기를 전하고 있다” 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김씨의 문제는 소보원에 접수가 돼 조사 중에 있다. 소보원 관계자는 “사례가 접수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조사팀을 배정한 정도이다” 며 “피해자와 업체 양측의 이야기를 다 들어보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다” 고 설명했다. 또 “현재 피해 여성이 굉장히 예민해있는 상태라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 고 덧붙였다. 문제가 된 해당 족욕기는 더 이상 CJ홈쇼핑에서 판매가 되고 있지 않지만, 김씨의 글은 지금도 인터넷 상에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며 많은 네티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김씨의 사연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해당업체의 안이한 대응에 함께 분노하고 있다. joe80이라는 아이디의 한 네티즌은 “200만원? 2억을 줘도 모자랄 것이다. 평생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됐는데, 돈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서로 딴 얘기만 하는 CJ와 업체에 정말 분통이 터진다” 고 말했다. 이처럼 김씨의 피해사례와, 소보원 측의 족욕기 안전 문제제기로 인해 족욕기에 대한 사람들의 의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소보원 관계자는 “족욕기에 감전이나 화재, 화상위험 등 각종 주의 및 경고를 표시할 기준 마련이 시급한 실정” 이라고 지적했다. kyoung@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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